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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리더 경쟁에 '뱅크'가 없다

  • 2015.08.18(화) 15:07

[기로에 선 은행]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갖추기 총력
'맏형' 은행 경쟁력 악화는 지속

국내 금융그룹의 성장을 이끌던 은행들이 저금리 충격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신한과 KB 사이에서 벌어지는 '리딩뱅크' 경쟁에선 은행이 아닌 비(非)은행 계열사가 승부를 가른다. 인터넷 전문은행 영역에선 다음카카오 등 ICT 기업의 행보에 편승하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은행 자체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치열한 논의는 부족해 보인다. 고착화하는 저금리 기조 속 은행업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올해 금융권 인수합병 시장의 대어로 꼽힌 우리은행과 대우증권 매각 건은 개별 이슈이긴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경쟁력이 악화한 은행업의 현실을 서로 다른 측면에서 극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 우리은행·대우증권 매각, '팔·다리'가 필요해

우리은행은 최근 사실상 민영화 작업이 연기되자 정부가 팔·다리를 자르고 몸통만 남겨놨다며 울상을 지었다. 몸통이란 은행을 말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 보험사를 모두 팔아 치운 상황에서 은행만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대우증권 매각은 다른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는 KB금융에 대우증권은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라는 점이다. KB금융그룹의 시너지 경쟁력을 높여주는 동시에 자산 규모를 늘려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또 다른 사례다. 이미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신한금융은 기준금리 인하의 악재 속에서도 2분기 6921억 원, 상반기 1조 2841억 원의 순익을 냈다. 가장 큰 특징은 비은행 부문의 이익 증가가 전체 이익을 견인했다는 점이다. 반면 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비중 확대는 업종 전반적인 현상이다. 이 때문에 최근의 '리딩뱅크' 경쟁에선 은행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주로 금융그룹 전체의 자산과 순이익 규모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 금융산업별 순이익 추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 포트폴리오 확대만이 정답인가

금융사의 포트폴리오 확대 노력은 그룹 차원에서 필요한 전략이다. 금융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은행 의존도가 너무 높아 문제였던 국내 금융지주사의 이 같은 변화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금융그룹의 맏형인 은행이 지속해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포트폴리오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하려면 그룹의 중심인 은행의 실적도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심 사업의 경쟁력 악화를 애써 외면하고, 대신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그룹 실적을 포장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 경쟁력이 순식간에 악화한 점은 더욱 아쉽다. 이는 은행의 허약한 체질 탓이다. 국내 은행들의 이익 비중은 이자이익에 90% 가까이 쏠려 있다. 미국(62.8%)이 일본(70.3%)보다 확연하게 높다. 당장 이자이익 감소를 상쇄할 만한 대체 수익원이 없다는 의미다. 금융사 차원의 포트폴리오는 잘 갖추고 있지만, 은행 내 이익 구조의 '포트폴리오'는 형편없는 셈이다.

 

▲ 금융위원회


◇ 허약한 은행, 혁신도 미적지근

물론 은행도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핀테크에 관심을 기울이고, 해외진출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당장 점포 통폐합과 인력 구조조정, 부실 여신 감축 등 리스크 관리도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먼저 인건비 위주의 경직적인 비용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은 미국을 크게 웃돈다.

외국 은행들의 경우 전 세계적인 경기 부진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수수료 수익 제고, 해외진출 확대 등의 노력으로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저금리'만 탓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이 대차대조표 중심의 자산 성장을 고집해 수익의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연봉제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비용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위원회


◇ 곳곳에서 암울한 전망

체질이 허약하다 보니 국내 은행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2015년 하반기 금융산업 전망'을 통해 "은행업의 영업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순이자마진(NIM) 하락 압력이 지속하고, 계좌이동제와 외국환업무 규제 완화, 인터넷 전문은행 등장 등을 모두 악재로 꼽았다.

금융당국이 공언한 은행 수수료·금리 자율화 방안은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수료 합리화와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사회적 불만과 고객 이탈 우려 등으로 당장 진행될 여지는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은행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밝지 않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는 국내 은행권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 여지가 있으나 핵심부문에서의 낮은 수익성으로 구조적 저평가를 지속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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