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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주인공은 카카오, 뱅크는 후진

  • 2015.08.20(목) 10:22

[기로에 선 은행]②
금융당국 방침에 은행 10%만 참여
핀테크 시대 주도권 뺏기는 은행들

이번엔 KB가 신한을 제쳤다?

최근 은행권에서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를 준비하는 다음카카오가 애초 신한은행과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막판에 국민은행을 선택했다.


리딩 뱅크 자리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행보는 하나하나가 비교 대상에 오른다. 이런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일각에선 인터넷은행 추진에 있어 KB가 신한을 앞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신한과 KB도 은근한 신경전을 펼쳤다. 신한 측은 "카카오 컨소시엄이 기업은행과 우리(신한금융)를 두고 고민하다가 답이 나오지 않자, 제3의 은행으로 간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KB 측에선 "KB가 많은 모바일뱅킹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등 강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강조한다.

 

 

◇ "구색 맞추기" 지적도

은행권 내의 '리딩 뱅크 경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면 조금 다른 해석이 나온다. 다음카카오와의 관계에서 보면, 두 은행이 컨소시엄에 들어가기 위해 너무 고개를 숙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컨소시엄은 다음카카오 10%, 한국투자금융지주 50%, 국민은행 10%를 각각 나눠 갖고 나머지 30%는 관련 IT 기업들로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5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다음카카오가 최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B가 10%의 지분율만 가지고 컨소시엄에 들어간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며 "신한이 유력하다고 알려졌을 당시에도 신한이 다음카카오의 조건을 전부 들어주면서까지 무리하게 컨소시엄에 들어가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인터넷은행에 10%만 투자하면 경영권 측면에서 결정력을 갖기 어렵다"며 "또 인터넷은행 참여로 은행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많은데, 그러면서까지 들어간 것은 결국 이름만 걸어놓는 방식으로 발만 담가놓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지분율 10%의 굴욕?

이런 해석은 인터넷은행 진출 과정에서 KB가 앞서나가자 다른 시중은행들이 시기의 감정으로 내놓는 목소리일 수도 있다. 다른 은행 역시 KB와 유사한 방식의 지분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인터넷은행 진출을 제한한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인터넷은행 선정 과정에서 '들러리' 역할로 전락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증권·보험사 등 제2금융권과 ICT 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들은 은행에 10% 정도의 지분을 주는 방안을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로 책정한 데에는 특별한 근거도 없다. 산업자본은 법적으로 최대 10%까지 소유할 수 있지만, 은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T 기업들이 10%로 정해 제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별한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T와 교보생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과 협의 중인 우리은행 역시 지분율 1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0%로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적어도 10% 이상은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핀테크 시대의 은행

문제는 이런 구도가 앞으로 벌어질 핀테크 흐름에서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은행이 최대주주가 되면 안 된다"는 금융당국의 시선에서 나타나듯 은행들은 보신주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또 덩치가 크고 보수적인 은행에 비해 급속한 환경 변화에 익숙한 IT 기업들이 핀테크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맏형'으로서 금융권을 이끌어가던 은행들이 주춤하는 사이 새로운 기술을 내놓는 IT 기업들에 질질 끌려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은행이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흐름을 외면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실익이 불확실한 인터넷은행에 은행들이 발을 담그려는 이유도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미 핀테크 시장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외국에서도 은행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츄어 조사 결과 은행의 기술혁신 부문에 종사하는 고위 임원들 중 70% 가량이 '디지털 혁신과 관련해 은행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사물인터넷과 스마트데이터 등을 활용한 핀테크 2.0 시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이는 은행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디지털화를 지속하고, 기술 전문성 등 약점 보완을 위해 핀테크 업권과 협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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