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여전히 일감 몰아주고, 몰아받기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특히 삼성생명이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손해사정 업무는 예외 없이 100% 자회사로 몰아줬고, 변액보험 운용 역시 ‘빅3’ 가운데 계열사 몰아주기가 가장 심했다. 퇴직연금의 경우 아예 금융권 자율협약 가이드라인을 넘어섰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삼성그룹 차원에서 일감 몰아받기도 심하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도 당장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금감원은 계열사들끼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개선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인 보완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여전히 제도적 공백이 남아 있다.
◇ 손해사정업무 100% 자회사 몰아주기
지난 15일 열린 금감원 국정감사에선 금융권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생명의 일감 몰아주고 몰아받기가 유독 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은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 ‘빅3’와 삼성화재를 비롯한 손해보험사 ‘빅4’가 손해사정업체를 만들어 일감을 100% 몰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 7월 말 현재 손해사정업체는 총 944곳에 달했다. 이 중 대기업 보험사들이 만든 계열 손해사정업체는 12곳으로, 이들이 대기업 보험사가 위탁하는 손해사정 업무의 65%를 독식했다. 특히 삼성과 한화, 교보 등 생보 ‘빅3’는 손해사정 업무를 모두 자회사로 몰아줬다.
금감원은 2013년 8월 ‘손해사정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각 보험사에 자회사 위탁 관행을 개선하도록 유도했지만, 보험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작년엔 손해사정 물량이 급증했는데도 기존 관행을 그대로 유지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국정감사 답변에서 “대형 보험사들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점검하겠다”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막으려면 보험업법 시행령을 손봐야 하는 만큼 금융위원회, 법제처와 협의해보겠다”고 설명했다.
▲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보 '빅3'는 손해사정 업무를 100% 자회사에 맡기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낳고 있다. |
◇ 변액보험 몰아주기 ‘빅3’ 중 최고
변액보험 자산운용 역시 계열사로 몰아줬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현재 9조 3722억 원 규모의 변액보험 자산운용을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에 위탁했다.
전체 변액보험의 41%에 달하는 규모로 ‘빅3’ 생보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실제로 지난해 말 현재 한화생명이 한화자산운용에 위탁한 변액보험 비중은 29%에 불과했고, 교보생명의 교보악사자산운용 위탁 비중도 33%에 그쳐 삼성생명과는 격차가 컸다.
삼성생명은 2012년엔 변액보험 위탁 비중이 52%에 달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7월부터 계열 운용사에 대한 변액보험 운용 위탁 한도를 50%로 제한하면서 위탁 비중을 많이 끌어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탁 규모도 최근 3년간 꾸준히 9조 원대를 고수하고 있다.
▲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지난 5월 생명보험협회가 주관하는 설계사 시험에 응시해 시험을 치르고 있다. |
◇ 퇴직연금 자율협약 무시로 일관
삼성생명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배 째라’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펀드와는 달리 퇴직연금 몰아주기에 대해선 명시적인 규제가 없다는 제도적인 허점을 노렸다.
금융권은 퇴직연금 시장 양극화와 계열사 부실에 따른 위험 전이 우려 등을 이유로 2013년 4월 자율협약을 맺고 계열사의 퇴직연금 비중이 50%를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반면 삼성생명은 자율결의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50%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 오히려 자율협약 체결 후 계열사 비중을 더 늘렸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올 6월 말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 물량이 57%에 달했다. 현대차 계열인 현대라이프(91%)와 HMC투자증권(87%)에 이어 전체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 가운데 3위에 올랐다. 같은 계열인 삼성화재는 34%로 5위를 기록했다. HMC투자증권의 경우 자율협약엔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자율협약을 맺었는데도 계열 금융회사에 맡기는 퇴직연금 규모와 비중이 오히려 더 늘고 있다”면서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진 원장은 “만족할만한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일반 기업은 직접 규제가 어려워 공정위,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지도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