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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돈 내세워 갑질 논란 휩싸인 삼성생명

  • 2015.09.22(화) 10:37

삼성물산 합병 과정서 자산운용사들에 외압 의혹
부정적 보고서 낸 한화투자증권 보복성 조치 논란

삼성생명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고, 보복성 조치로 맡겨둔 자금까지 인출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법적인 조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삼성생명이 고객이 보험료로 낸 돈을 내세워 고객이 아닌 삼성그룹에 유리한 방향으로 우월적 지위를 행사한 만큼 도덕적인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삼성생명,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외압 의혹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지난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 차원의 계열사 개입과 임직원 동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생명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자산운용사들에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은 고객이 낸 보험료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외부에 운용을 위탁한다. 자산운용 규모나 176조 원에 달하다 보니 일감을 받는 자산운용사들은 을의 처지에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이 자산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고객이 아니라 삼성그룹 차원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면 선관주의 의무에 어긋난다. 해당 자산운용사 역시 삼성생명의 압력을 받고 찬성표를 던졌다면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 된다. 자본시장법은 ‘신탁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재산을 관리하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삼성생명이 자산운용사들에게 압력을 넣었는지에 대해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면서 “반대 내지 유보 의견을 바꿔 전부 찬성으로 돌아선 기관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 여부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 7월 17일 서울 중구 삼성생명 빌딩에서 '제일모직 제52기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제일모직은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과시켰다.


◇ 보고서 내용 마음에 안 든다고 보복성 조치(?)


삼성생명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한화투자증권에 대해 외압을 행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7월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합병 비율이며,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반대로 합병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서를 냈다. 국내 2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가운데 부정적인 평가는 유일했다.

그러자 삼성생명이 손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생명의 외압을 인정했다. 보고서를 낸 후 삼성 측의 압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압력이라면 압력이라고 할 수 있는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그 후 삼성이 한화투자증권에 맡긴 자금을 인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거래 고객에 관한 일이라 밝힐 수 없다”면서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의 외압 논란에 대해 조만간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감원장은 국정감사 답변에서 삼성생명 건에 대해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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