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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국감] 바뀐 명함은 삼성생명입니다

  • 2015.09.08(화) 11:10

2010년 이후 퇴직 공직자 63명 재취업 현황 공개
국세공무원, 은행·보험사로 대거 진출..고위직 간부는 대기업行

정부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됐다. 국회의원들이 요청한 국감 자료에는 평소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정부 기관들의 민낯이 드러나 있다.
 
특히 세금에 관한 이슈는 워낙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자료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과세당국에선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숨겨진 이면을 짚어본다. [편집자]

 

 

"이제 국세 공무원 아닙니다. 삼성생명 과장입니다."

 

국세공무원이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세무조사하던 기업에 취업하면 국세청에서 접했던 업무상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세금을 깎아줄 수도 있다. 출제자가 하루 아침에 수험자가 되는 것은 반칙이다.

 

그래서 그들은 기업에 재취업할 때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국세공무원이 퇴직 전 부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하는지 여부를 심사한다. 그들은 과연 어느 기업으로 많이 갔을까.

 

#1. "그 기업은 가지 마시오"

 

8일 국세청이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은 국세공무원은 67명이었다. 이 가운데 승인이 되지 않은 공무원은 4명(6%)이다. 중부지방국세청 7급 출신 A씨는 2010년에 그만두고 삼일회계법인 이사로 취업하려했지만, '불승인' 통보가 내려졌다.

 

주류산업협회 B회장과 서울지방국세청 관내 C세무서장도 각각 롯데칠성음료와 푸른상호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취업하려다가 기존 업무와 밀접하다는 이유로 거부 당했다. 대구지방국세청의 6급 공무원은 지난해 6월 퇴직 후 신현공업 이사로 취업하려다가 실패했다.

 

#2. 금융권에서 인기

 

최근 5년 사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관문을 통과한 국세공무원은 63명이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권에서 국세공무원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은행이 13명으로 가장 많고, 보험사 7명, 건설사가 5명, 증권사가 4명이다. 국세청의 6~7급 공무원이 금융회사 차장이나 과장급으로 재취업해 세금에 대한 실무를 담당한다. 금융권이나 건설사는 다른 제조업에 비해 세금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국세 공무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나 보험사의 경우 직업 안정성이나 급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기업의 세무를 대리해주는 로펌이나 세무·회계법인도 국세공무원의 텃밭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 법무법인(로펌)에 들어간 공무원은 4명이고, 세무법인과 회계법인은 각각 2명씩 재취업했다. 2008년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회계법인에 취업한 공무원이 7명 더 있다. 2008년에 안진회계법인이 서울국세청 출신 6~7급 공무원 4명을 대거 영입했고, 삼일회계법인도 6급 직원 2명을 데려갔다.

 

▲ 출처: 국세청

 

#3. 1순위는 삼성생명

 

기업 중에는 삼성생명보험으로 진출한 국세공무원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2008년까지 합치면 총 8명이다. 주로 6급과 7급 직원들이 차장이나 과장으로 영입됐고, 서울청·중부청·부산청 출신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배출됐다.

 

이어 우리은행과 삼화왕관이 각각 5명씩 국세공무원을 직원으로 맞이했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2명의 국세공무원이 취업했다. 삼화왕관은 국세청의 승인을 받아 주류 병마개를 만드는 회사인데, 부회장과 부사장, 감사까지 국세청 출신 간부들을 대거 영입했다.

 

#4. 고위공무원의 행선지

 

2010년 이후 재취업에 나선 국세청 고위공무원은 총 12명이다. 재취업 후 직급은 사외이사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외이사로 2명을 모셔간 롯데제과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우리투자증권·대림산업·CJ CGV·LS산전도 있었다.

 

오비맥주와 한솔CSN, 아주베스틸에선 국세청 고위직을 감사로 영입했고, 국세청 본청 출신 D씨는 KT 전무로 취업 승인을 받았다. 실무자를 영입한 은행이나 보험과 달리, 대기업들은 국세청 고위직을 사외이사나 감사로 영입해 '간판'으로 내세웠다.

 

#5. 그들은 로비 창구일까

 

국세공무원의 재취업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그들이 기업의 '로비 창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는 대형 로펌에 진출한 전직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증인으로 나와 국세공무원의 재취업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10대 로펌에 재취업한 고위 국세공무원이 50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2014년 기준 55명) 있는데 로펌의 특성상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전혀 파악이 불가능했다"며 "차제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직퇴임 변호사 뿐만 아니라 고위 국세공무원 출신 세무사의 재취업 승인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국회도 이런 방향으로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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