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환수 국세청장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를 수감하고 있다. |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민의 대표자격으로 정부의 행정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공격하는 국회의원들과 방어하는 정부로 싸움의 구도가 결정되는 게 당연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국회가 집권 여(與)당과 야(野)당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여당이 정부와 손을 잡고 야당의 공격을 방어하는 구도로 바뀐다.
10일 오전 10시.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동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도 정부+여당과 야당의 판이 형성됐다.
# 시작은 화기애애...웃으며 몸풀고, 치켜세우고
국감은 점심식사 시간을 기준으로 오전 질의와 오후 질의로 나눠 정규시간 질의를 마치고 이후에 빠뜨린 내용을 추가로 질의할 수 있도록 보충질의를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날 오전 질의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국세청장 및 국세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등 호의적인 모습으로 시작됐다. 같은 시간 정무위원회나 안전행정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의 국감이 증인채택 등의 문제로 시작과 동시에 파행을 겪은 것에 비교하면 무난한 출발이었다.
야당 의원인 최재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원래 저는 평가가 인색한 사람인데, 최근에 국세청 인사를 보니까 그동안 지적됐던 내용이 많이 개선된 흔적이 보인다. 일선에서 애쓰는 직원들을 배려하고, 균형있는 인사를 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첫마디를 칭찬으로 시작했다. 최 의원은 세무신고를 하기 전에 사전안내를 통해 신고율을 높이는 것도 모범적인 사례로 꼽았다.
여당 의원들은 보다 노골적으로 국세청에 힘을 실어줬다. 김광림 의원(새누리당)은 "임환수 국세청장이 이끄는 지금의 국세청이 역대 어느 청장의 국세청보다 안정돼 있다"며 "간부들은 자신감을 갖고 국세행정에 임해달라"고 치켜세웠다.
# 신세계 물고 늘어진 저격수..예고편부터 긴장감
그러나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곳곳에서 폭풍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국세청의 아킬레스건을 찌르며 오늘의 감사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첫 포문은 저격수로 유명한 박영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열었다. 박 의원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신세계의 차명계좌 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이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업체이고 결과도 확정되지 않은 것"이라며 자료 제출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고, 이에 박 의원은 "국세청이 2006년에도 신세계그룹을 세무조사 하면서 차명계좌를 발견했었는데 당시에도 시가가 아닌 액면가로 세금을 매겨서 감사원에 적발된 적이 있다.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세경(세무당국과 경제인)유착'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 "백용호 前청장도 있다더라"..고위직 겨냥 폭로전
같은 당 김현미 의원은 더 강력한 예고편을 날렸다. 김 의원은 국감 증인신청과 관련해 야당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 여당의 합의를 요구했다. 야당은 국세청 국감 증인으로 박근혜 대통령 친인척비리에 연루된 제갈경배 전 대전지방국세청장과 박 대통령의 외종사촌 형부인 윤석민씨를 채택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다. 참고용 관련기사 : 국세청 前고위간부, 대통령 친인척 비리 연루
김 의원은 "윤석민씨가 황모씨라는 분에게서 돈받은 것을 수사하면서 제갈경배 전 대전청장의 문제가 드러났다. 윤씨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윤씨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있지만, 제갈 전 대전청장은 현직에 있으면서 주기적으로 뇌물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됐다"며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또 "황씨의 진술자료가 확보돼 있다.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도 황씨로부터 2000만원을 상납받았다는 기록이 있고, 전 국세청장인 백용호씨도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이라는 진술이 있다. 단순히 제갈경배 전 청장과 윤씨, 황씨의 관계가 아니다"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새누리당이 제갈 전 대전청장이 수감중이라는 이유로 증인요청을 거부하고 있는데, 과거 2006년 이후 18명이 수감중에 증인으로 채택된 적이 있는 만큼 증인채택 거부는 광범위한 국세청 고위직 비리를 엄호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백용호 전 국세청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협던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