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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간부들 다녀간 룸살롱엔 무슨일이

  • 2015.09.14(월) 16:19

논란 직후 세무조사 받아 위장가맹점 폐업처리
국세청 간부들은 정직 1개월...솜방망이 처벌 논란

 

올 초 국세청 비리역사에 한줄을 추가했던 '성매매사건'이 뇌물논란에 이어 보복논란에 휩싸였다.


국세청 간부들이 성매매를 했던 룸살롱이 사건 직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해당 업소의 위장가맹점 혐의가 확인되어 법에 따라 조치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타이밍상 보복성 조치라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세무서 뒤 유명 룸살롱

 

지난 3월 2일 서울지역 S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 L과장, 그리고 삼일회계법인의 고위급 임원 2명이 한자리에 모인 곳은 강남역 인근의 A룸살롱이었다. 넷은 행정고시 동기와 서울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인 사이였다.

 

회계법인 임원이 400여만원의 화대와 술값을 치렀지만 친분 때문이지 로비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결국 경찰은 이들 성매매 연루자들을 모두 기소유예 처분했다. 정황상 접대로 볼 수 있지만,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던 감사원 직원들도 무혐의 처리됐다. 권력기관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국세청 간부들이 회포를 푼 곳은 강남역 인근에서 나름 잘 나간다던 A룸살롱이다. 강남역 통합세무서빌딩 바로 뒷 건물이다. 통합세무서는 역삼세무서와 삼성세무서, 서초세무서 등 서울 강남지역 빅3 세무서가 모두 입주해 있는 곳이다.

 

3개 세무서는 직원들만 600명이 넘고,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몰려 있는 영등포세무서와 남대문세무서를 제외하고는 서울에서 가장 세수입이 많은 세무서들이다. 3개 세무서의 한해 세수입만 20조원이 넘는다. 통합세무서 인근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A룸살롱은 국세청 직원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 국세청 간부들의 성매매 장소였던 A룸살롱 전경과 위치(사진=다음지도)

 

# 하루 아침에 위장가맹점으로

 

평화롭던 A룸살롱에 국세청 조사반원들이 들이닥친 것은 성매매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난 4월이다. 국세청은 경찰수사가 한창이던 당시 A룸살롱이 위장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직권으로 위장가맹점을 폐업조치했다.

 

위장가맹점은 사업자가 매출자료를 숨기기 위해 만든 가공의 가맹점을 말한다. 룸살롱은 유흥주점이지만 일반음식점 등으로 허위 가맹점을 만들어내어 소득을 분산, 탈루하는 식의 탈세에 이용된다. 국세청은 전국적으로 매년 1000개에 달하는 위장가맹점을 적발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1286개의 위장가맹점을 적발해 폐업조치시켰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A룸살롱의 폐업조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국세청은 위장가맹업체가 확인되면 언제든지 폐업조치할 수 있다"며 A룸살롱의 직권 폐업조치는 정당한 법집행 절차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폐업조치의 시기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세청의 대형 통합세무서빌딩 바로 옆에서 수년간 아무런 제재 없이 영업을 해왔던 룸살롱이 하필 국세청 직원들이 즐기고 간 사실이 적발된 후에 갑자기 위장가맹점 사실이 확인됐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해당 주점이 위장가맹업체였다면 국세청직원이 성접대를 받기 전에도 위장가맹업체였을 것이다.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던 국세청의 갑작스런 폐업조치는 보복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장소 제공했다가 위장가맹 들통, 즐긴 쪽은 '정직 1개월'

 

성매매 국세청간부들에 대한 징계는 정직 1개월 처분으로 확정됐다. 인사혁신처는 이르면 이번 주중 이같은 내용의 징계처분 내용을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정직은 '견책→감봉→정직→해임→파면' 의 처벌강도 중 중간 수위의 징계처분이다.

 

성매매 비용을 을의 입장인 삼일회계법인 임원이 삼일회계법인의 법인카드로 지불했지만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경찰 수사결과는 물론 자체 징계수위에서도 크게 참작이 된 셈이다. 비슷한 시기 성매매혐의로 적발된 감사원 직원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위의 징계처분이다.

 

김현미 의원은 "세무공무원이 성접대를 받고도 1개월 정직처분에 그쳤는데, 장소를 제공한 업소는 세무조사를 받고 직권폐업조치를 당했다. 누가 더 무거운 조치를 받은 것이냐"며 국세청 간부에 대한 징계수위의 부적절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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