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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비리]① 성매매를 둘러싼 의혹들

  • 2015.03.31(화) 08:46

국세청 간부들 모텔서 경찰에 덜미..대기업 연루설 제기
동석자·접대여부 수사중..고위직 연루 가능성 솔솔

세금 징수 기관인 국세청의 온갖 비리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비리 덩어리를 들어내라"고 밝힌 이후 사정당국은 국세공무원들의 부적절한 행적을 앞다퉈 발표하며 국세청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국민의 세금을 볼모로 뒷돈을 챙기고 있는 세무공무원들의 실태와 수사 과정의 뒷 얘기를 공개한다. [편집자]

 

 

# 발단: 공직과 바꾼 술한잔

 

국세청의 49번째 생일(납세자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저녁, 서울 역삼동의 A주점에는 국세청 간부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서울대 출신에 행정고시 40회 동기 사이인 L과장과 S세무서장은 지난해 말 나란히 서울지방국세청의 요직을 차지한 인연을 안주 삼아 회포를 풀었다.

 

주점에서 소개해준 인근 모텔로 이동해 '2차'까지 즐기던 그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붙잡혔다. 며칠 후 국세청은 그들에게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고, 그들의 자리에 다른 인물들을 앉혔다. 그동안 공직에서 쌓아온 열정과 희망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 의혹1: 누가 데려갔을까

 

촉망받는 인재 두 명의 성매매 사실이 밝혀지자 국세청은 발칵 뒤집혔다. 그저 젊은 혈기에서 생겨난 실수라고 하기엔 의문점이 너무 많았다. 그들과 같이 간 사람은 누구인지, 모종의 대가성 접대였는지 여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실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국세청 요직을 꿰찬 그들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처지였다. 평소 이해관계가 얽힌 업계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도 피하던 사람이 강남에서 성매매로 붙잡혔다니, 의혹이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갔다.

 

# 의혹2: 대기업 스폰서 있었나

 

비슷한 시기 경찰에 성매매로 적발된 감사원 간부들은 접대 상대방이 한국전력이라고 밝혀진 터라, 국세청 간부를 데려간 당사자를 향한 궁금증은 더 커졌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던 모 대기업 계열사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경찰이 어떠한 수사 결과도 내놓지 못하자 "일부러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경찰은 지난 16일 국세청 관계자가 다녀갔다는 유흥주점과 모텔을 압수수색했다. 그들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업소에 설치된 CCTV 영상과 카드 전표 등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 국세청 간부를 둘러싼 경찰의 수사는 한 달 째 오리무중이다.

 

# 의혹3: 제보자는 누구일까

 

국세청 간부들은 둘이서만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업소 유흥비용을 감안할 때 기업 스폰서가 함께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정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는 대가로 국세청 간부들이 향응을 제공 받았다면, 단순히 직위해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 경찰이 발표할 성매매 업소 압수수색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경찰에 제보한 인물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더해진다. 국세청에서 그들의 승승장구를 시샘하는 경쟁자가 제보했거나, 유흥주점을 둘러싼 경쟁 업소였다는 소문까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의 제보가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갖고 국세청 간부와 업소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국세청 간부 두 사람이 성매매에 휘말려 직위에서 물러난 사실 외에는 전후 사정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 파장: 고위직까지 사정권?

 

국세청 주변에선 성매매로 붙잡힌 일련의 과정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성매매 당사자와 함께 일했던 전직 간부는 "심성이 곧고 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경쟁자의 모함이나 함정에 걸린 것 같다"고 추측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술을 좋아하긴 해도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것도 윗선의 신임이 두터웠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단 성매매로 경찰에 적발된 국세청 간부들이 옷을 벗게 됐지만, 불순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을 데려간 접대 당사자와 제보자에 대해서도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간부들의 단순 성매매 사건으로 보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며 "국세청 특유의 상하관계를 감안하면 고위직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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