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이 세무대리인 대표들과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국세청과 세무대리인은 여러모로 협력관계에 있지만 국세청장이 세무사회장이나 회계사회장을 공식적으로 불러 따로 만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최근 국세청 간부들이 회계법인 고위 임원들과 술자리를 갖고 성매매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분위기 쇄신측면에서 자리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12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세무사회 회장단 20여명과 회동했다.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자리지만 관심은 세무공무원과 세무대리인간의 비리사건에 집중됐다.
임 청장도 직접 이 문제를 언급했다. 임 청장은 “국세청은 비리 직원들을 격리시키기 위해 부조리 방지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세무대리인 단체에서도 세무대리인의 비리 개입을 차단하는데 관심을 갖고 대안을 수립·시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중국 고전 ‘주역’을 인용하며 “마음을 함께 하면 강한 쇠도 자를 수 있고, 같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그 향기가 난꽃과 같다”고 강조했다. 세무공무원과 세무대리인간의 긴밀한 관계를 전제한 발언이다.
실제로 국세공무원의 비리는 세무대리인과 결부돼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세무사나 회계사가 국세청 직원과 결탁해 세무조사를 무마해주거나 국가재정인 세금을 제 맘대로 깎아주는 등의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국세청 간부들이 삼일회계법인 고위 임원과 주점에서 술판을 벌이고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성매매혐의만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임 청장은 “성실납부의 한 축이 세무대리인이다. 세무대리인과 협력을 통해 탈세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지금까지 다소 소원했던 국세청과 세무대리인들과의 소통이 오늘을 계기로 더욱 원활해지기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