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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그들에겐 '권력비리'와 '정보유출' 흑역사

  • 2015.09.08(화) 16:19

국세청은 권력비리, 관세청은 정보유출로 곤욕치러

두 세무당국이 올해도 나란히 구설에 올라 있다. 국세청은 고위직 출신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연루돼 검찰수사 후 구속됐고, 관세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시내면세점 심사과정에서 정보유출 의혹에 휘말려 금융감독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한쪽은 단순한 개인 비리로 일축하고, 다른 한쪽은 정보유출은 절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만큼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집중포화가 예상된다.
 

 

 

# 대통령 형부비리에 엮인 지방국세청장

 

제갈경배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전격 체포된 것은 지난 8월 19일이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인 윤모씨의 금품수수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제갈이라는 흔치않은 성씨를 가진 전 국세청 고위관료의 이름이 확인된 것이다.

 

윤씨는 2013년 3월 황모씨의 아파트 청탁비리사건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무마시켜주겠다며 황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는데, 비슷한 기간 제갈 전 청장도 황씨에게 민원을 해결해주겠다는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제갈 전 청장이 당시 현직에 있긴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비리일뿐 청와대나 국세청과 연관지을 만한 권력형비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와대 전현직 비서관들과 이른바 7인회 멤버들까지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어서 국감장에서도 야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질의가 쏟아질 전망이다.

 

# 또 '청와대'..권력기관의 숙명인가

 

국세청은 유독 권력형 비리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4대 권력기관 중 하나로 꼽히긴 하지만 유사한 사례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회가 피감기관의 모난 곳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는 국정감사 시즌에는 비리 의혹들이 더욱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낸다. 조직 방어 만큼은 국정원 못지 않게 철저한 국세청에게 국감은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국세청 내부의 권력암투가 뇌물 비리로까지 확산되면서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가 됐다. 노무현 정부 임기말에 국세청장에 오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자리 보전을 위해 청와대에 구명 로비를 했고, 중간다리 역할을 한 TK(대구경북) 출신의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당초 약속받았던 승진에서 누락된데 앙심을 품고 대형비리를 잇따라 폭로했다.

 

▲ 2007년 11월 8일 전군표 국세청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수감되자 당시 한상률 국세청 차장이 전국 지방청장회의를 소집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태광실업 특별 세무조사를 한상률 전 청장이 진두지휘한 사실을 놓고서는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내리 5년간의 국정감사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2012년에는 야당 의원이 안원구 전 국장을 국감장에 불러들이려 하자 국세청이 방호원을 동원해 건물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국회의원들조차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4년 국감에서는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에 박동렬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연루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 뒤에서 호가호위한다는 이른바 십상시 모임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해임을 논의했다는 문건이 언론에 보도됐고, 이 문건을 최초로 유출한 의혹을 박동렬 전 청장이 받은 것.

 

박 전 청장은 최근에는 '강남 룸살롱 큰 손'으로 불리는 박모씨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또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박 전 청장의 이름은 올해 국감장에도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 관세청은 정보 보안에 취약한걸까

 

국세청에 비해 비교적 개방적인 조직인 관세청은 정보 보안 문제로 힘겨운 국정감사를 치르게 됐다.

 

관세청이 지난 7월 10일에 발표한 시내면세점 신규특허과 관련해 심사결과가 발표되기 이전에 관련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당시 HDC신라(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합작 법인)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서울시내 2곳의 특허를 따냈는데,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경우 결과를 발표도 하기 전에 주가가 상한선까지 급등했던 것이다.

 

▲ 특허심사위원장인 이돈현 관세청 차장이 지난 7월 10일 인천공항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서울·제주 시내면세점의 신규사업자 선정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관세청은 발빠르게 자체 감찰을 실시했고,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이상 주가급등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까지 내놓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심사당일 관세청 내부직원의 비상연락용 전화를 통해 외부통화기록이 250건 넘게 나타난 점을 확인하고, 국정감사를 통해 이를 집중적으로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 2009년 천성관 사건의 데자뷔?

 

관세청은 정보보안과 관련해 이미 안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바로 2009년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당시 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야당 의원인 박지원 당시 민주당 의원이 천 후보자의 해외 골프여행 행적과 고가의 면세점 명품 쇼핑내역 등을 입수해 폭로했다.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된 천 후보자는 결국 낙마했지만 후폭풍은 컸다. 면세점 구매내역과 출입국 기록 등은 관세청만 갖고 있는 정보이기 때문.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관세청 직원이 개인정보를 빼내 야당 의원에게 유출했다며 여당 의원들의 집중포화가 쏟아졌고, 이후 관세청은 검찰조사까지 받으며 내부직원을 색출, 해임 절차를 밟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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