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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 맞아떨어진 집단대출 '고! 고!' ㊤

  • 2015.10.07(수) 11:10

[묻지 마, 집단대출]㊤
부동산 살리고 싶은 정부 & 실적 쌓으려는 은행
"이때다" 분양물량 밀어내는 건설사

은행의 집단대출 증가가 예사롭지 않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정부와 단기간에 영업 실적을 쌓고 미래 고객을 확보하려는 은행, 그리고 이때를 놓칠까 싶어 분양 물량을 밀어내는 건설사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합작품이다.

문제는 이달에만 10만 세대 이상의 분양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당분간 집단대출의 기세를 꺾기 힘들다. 금융감독원이 나서 집단대출 모니터링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당장에 뾰족한 수가 나오진 않을 전망이다.

 



◇ 분양시장 호황에 집단대출도 훨훨

지난 9월 말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8월 말 잔액(327조 9801억 원)보다 3조 9043억 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9월 증가분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주택거래가 활발해진 것도 원인이지만 하반기 들어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내면서 집단대출이 급증하는 것이 주원인이다.


집단대출은 중도금과 잔금 대출로 이뤄지는데 통상 분양 시점에 계약금 10%를 내면 나머지 60%는 중도금 대출을 받아서 내고, 잔금 30%는 아파트 완공 후 입주 시점에 잔금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금감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집단대출 비중은 25~30%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최근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모기지신용보증(보험)을 중단키로 해 개인들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된다. 반면 집단대출은 모기지신용보증 중단 대상이 아니어서 그 비중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건설사들이 내년 이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자 올해 하반기에 분양 물량을 대거 밀어내고 있다. 이달에만 10만 세대가 예정돼 있고, 올해 신규 분양 물량은 총 48만 세대로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다.

◇ 은행 영업점 실적 쌓고, 장기 고객·부수 거래 확보

은행 입장에서도 집단대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영업점에선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리스크가 크지 않으면서 실적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

통상 집단대출 금리는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다. 한국은행의 8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2.94%이고 집단대출은 2.87%로 0.07%포인트 차이가 난다.

과거 부동산 최대 호황기 때 판교 아파트 분양의 경우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정도만 얹어서 대출을 해주던 시절도 있었다. 그만큼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도 마진이 박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은행들이 집단대출에 적극적인 것은 미래 고객 확보와 다양한 부수 거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잔금 납부 시점에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면서 장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급여이체 등 다양한 부수 거래도 이뤄진다.

◇ 부동산 경기 꺾일라 손 못 대는 정부

집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도 집단대출은 당연히 매력적이다. 금리도 낮은 데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는 물론이고 사실상 LTV(담보인정비율)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은행 문턱이 높은 이들에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대출인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에 따라 은행들은 내년부터 상환능력에 따른 심사를 하게 되지만 집단대출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상환능력에 상관없이 분양권만 당첨되면 만사 오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다"며 "당장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는데 굳이 대출을 옥죄어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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