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3% 안팎으로 전망했다. 다만 성장률이 2% 중반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 불안을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대외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가계부채를 비롯한 금융 건전성 제고는 계속 미뤄지면서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주요국보다 높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을 낮추고,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DTI를 적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내년 경제성장률 3% 안팎 전망
KDI는 우리나라의 내년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3% 내외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국제 유가 효과로 1000억 달러를 웃도는 대규모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이유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1%대 초·중반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내수는 내년에도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진단했다. 저금리와 저유가 등에 따라 가계의 실질소득이 늘고, 주택분양 호조 등으로 건설경기도 회복되고 있다는 이유를 꼽았다.
다만 저유가에 따른 구매력 개선과 총소득 증가세를 고려할 때 전반적인 회복세는 아직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민간소비의 경우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가계소득 비중 감소와 기대수명 연장 등 구조적 요인으로 경제성장률을 소폭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부진을 이어가면서 우리 경제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대외 경쟁력마저 약화하고 있어서다.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설비투자 증가세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 2%대 중반 추락할 가능성 커
KDI는 내년 성장률을 3% 안팎으로 제시하긴 했지만, 2% 중반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의 내년 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인 3.6%를 밑돌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KDI는 만약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한 3.1% 수준에 머물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6% 내외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다 중국의 경제 불안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이른바 G2 리스크가 추가적인 하방 위험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더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 건전성 제고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국내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DTI 강화 등 가계부채 급증세 제어해야
KDI는 이에 따라 가계부채의 급증세를 제어하고, 거시·금융환경 변화에 대비해 거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국보다 높은 DTI 상한을 하향 조정하고, 최근 아파트 분양이 크게 늘면서 급증하고 있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원금 분할상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서둘러 금융 자원이 더욱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문했다.
재정정책은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출 구조조정과 세원 확대를 통해 재정수지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재정정책이 어느 정도 경기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재정 여력을 비축해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통화정책에 대해선 큰 충격이 도래하지 않는 한 당분간 현재의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또 앞으로도 경기와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혀 기존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