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새롭게 시행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가계부채 한계가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는 구조다 보니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처음부터 원리금 동시 상환을 고려해 대출을 받는 신규 대출자들과는 달리 만기연장이나 은행 갈아타기로 거치기간을 연장해온 기존 대출자들이 대표적인 고위험군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빚을 갚는데 소득 대부분을 쓰는 한계가구가 이미 160만 가구에 근접하고 있다. 한계가구의 상당수는 앞으로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처음부터 원리금 동시 상환을 고려해 대출을 받는 신규 대출자들과는 달리 만기연장이나 은행 갈아타기로 거치기간을 연장해온 기존 대출자들이 대표적인 고위험군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빚을 갚는데 소득 대부분을 쓰는 한계가구가 이미 160만 가구에 근접하고 있다. 한계가구의 상당수는 앞으로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원리금 함께 갚는 가구 중 17% 한계가구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가계부채 한계가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부채 한계가구는 160만 가구로 급증했다. 한계가구란 가처분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DSR(Debt Service Ratio)이 4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한계가구는 대부분 소득보다 빚이 많았다. 지난해 한계가구의 평균 DSR은 104.7%에 달했다. 쓸 수 있는 돈은 100만 원인데, 갚아야 할 돈이 105만 원이라는 뜻이다. 소득만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어 또 다른 빚을 내거나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특히 이자만 갚는 가구보다 원리금을 함께 갚는 가구에서 한계가구의 비중이 높았다. 이자만 갚는 가구에서 한계가구의 비중은 4.4%에 불과했지만, 원리금을 함께 갚는 가구에선 17.3%에 달해 13%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7가구 중 1가구는 한계가구라는 얘기다.
◇ 새 여신심가 가이드라인 뇌관되나
이에 따라 새로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과 함께 한계가구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가이드라인은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최소화하고, 원리금 분할상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신규 대출자는 상대적으로 걱정이 덜하다. 대출 과정에서 담보 가치는 물론 소득을 함께 평가하다 보니 적정 수준 이상의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반면 상환 능력 이상의 빚을 낸 기존 대출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기존엔 만기를 계속 연장하거나 은행 갈아타기로 원금을 갚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거치기간 연장이 어렵다. 기존 대출자도 대출 만기가 끝나면 새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거치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하면서 한계가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큰 방향에선 맞지만, 기존 대출자가 한계가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계가구 상당수 채무 불이행자 전락 우려
한계가구의 상당수가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면서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를 보면 기존 한계가구의 44% 정도가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채무 불이행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한계가구가 더 늘어나면 연체율 상승과 함께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지금도 전체 원리금 상환액에서 한계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2.4%나 된다. 이 연구위원은 “한계가구 부실이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갈아타기를 해야 할 정도로 무리한 대출은 애초 받아선 안 됐다”면서 “기존 대출자를 위한 대책은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