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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잃어버린 20년' 피하려면 구조개혁 절실"

  • 2015.08.27(목) 14:58

한국, 20년전 일본 인구·경제상황 등 유사
노동유연성 제고·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개혁 필요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장기불황,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피하기 위해선 구조개혁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한편 안정적인 거시정책기조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우리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것인가?' 세미나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경제 인구구조 관련 모든 지표들이 20년정도 시차를 두고 일본을 그대로 쫒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총인구증가율이나 노인부양비율 등이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명목 GDP 성장률은 일본과 놀랍도록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의 경우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시장구조는 탄력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기에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성 제고를 통한 잠재성장률 유지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 조선과 건설업 등에서 비정상적 금융지원을 받는 이른바 '좀비기업'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선, 인적자원 배분 효율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며 정규직 고용보호 강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물론 근로자간 산업간 양극화도 심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유지를 위한 구조개혁 정책의 적극적 추진과 안정적인 거시경제 정책 기조 설정에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 등 연공서열보다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임금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기대수명 증가에 비례해 근로연령을 늘릴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부실기업 구조조정 및 창업 활성화, 규제개혁을 통한 진입장벽 완화 등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들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줄이고, 부실기업에 대한 감독 강화, 정책금융이나 중소기업 보호정책 축소, 기업구조조정 관련 제도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가계부채에 대한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을 강화해 금융시장의 잠재적 부실가능성을 축소하고, 통화정책은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물가안정목표 준수에 대한 통화당국의 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령화 및 복지확대에 따라 급증하는 재정수요를 통제하는 한편 각종 비과세·감면 정책을 축소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진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구조개혁과 관련한 주제발표를 통해 "부분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냈으나 시장지향적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목표에서는 성공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고용시스템 개혁을 통해 고용시장의 유동화 정책을 시행, 입직률 및 전직률, 고용조정 속도가 상승하는 성과가 나타났지만 이는 주로 비정규직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대기업 정규직에서는 여전히 장기고용을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기업들은 장기고용을 전제로 한 기업내 숙련 형성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인적 자원 육성 방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진성 교수는 금융시스템 자유화는 진전된 측면이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리스크 머니'가 부족하고, 벤처캐피탈의 역할도 아직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기업지배구조 개혁 역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일본의 구조개혁 추진을 위해선 ▲정치적 리더십 강화 ▲인적자원 양성체제 개혁·강화 ▲리스크머니 공급자 육성 ▲불평등 및 소득격차 확대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합토론에 참석한 김주훈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중소기업 보호를 줄이는 대신 대기업의 경직적 노동구조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 생각하는 노동 유연성에 대해 노동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고용개혁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수출주도 경제구조의 유지여부와 함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며 "주력산업의 재편을 통한 고부가가치화, 벤처기업 육성, 서비스산업 육성 및 고부가가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차관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부문 개혁으로 이런 변화를 위한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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