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돌입 직전에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안에 합의했다. 반도체(DS) 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는 보상 체계를 도입하면서 총파업도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노사는 협상 막판까지 적사사업부 성과급 배분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양측이 한 발 물러서면서 합의에 성공했다.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되는 올해는 예외적으로 적자 사업부에도 수억원대의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내년부터 적자사업부의 성과급 규모를 줄이는 방식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대원칙은 지킨 셈이다.
이번 합의가 최종 확정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1인당 최대 6억원 수준(세전·연봉 1억원 기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가 유력한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 역시 최소 1억6000만원 안팎의 성과급을 확보하게 된다.
상한 없는 DS 성과급 신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오후 경기 수원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극적 타결로 21일부터 예정됐던 총 18일간의 총파업도 일단 유보됐다. 노사가 최종 합의안에 서명한 시점은 총파업 돌입 약 1시간 전으로 알려졌다.
이번 잠정 합의안의 핵심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노사는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는 유지하되, 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별도 도입하기로 했다. 지급 상한은 두지 않는다.
성과급 체계는 기존 OPI와 DS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이원화된다. 기존 OPI 1.5%에 이번에 신설된 DS 특별경영성과급 10.5%를 합치면 성과급은 총 12% 수준에 이른다. 당초 영업이익의 15% 배분을 요구한 노조와 10% 수준을 주장한 사측이 각각 한발씩 물러선 절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영업이익 10.5%를 어떻게 나눌지도 결정됐다. 재원 배분 구조는 부문 공통 40%, 사업부 60%다. DS 전체 구성원에게 우선 40%를 공통 배분한 뒤 나머지 60%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방식이다. 공통 조직의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의 70% 수준으로 정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고 나머지는 각각 1년·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가 300조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DS 특별성과급 재원만 약 31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기존 OPI까지 포함해 최대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자 사업부는 OPI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공통 재원 배분 구조를 통해 최소 수준의 보상은 확보하게 된다.
DS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는 향후 10년간 유지되며 △2026~2028년에는 연간 DS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 △2029~2035년 100조원 달성을 각각 조건으로 한다.
"성과있는 곳에 보상, 원칙 지켰다"
막판 협상의 최대 쟁점은 적자 사업부 성과급 배분 방식이었다. 메모리사업부와 달리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직원들에게 어느 수준까지 성과급을 지급할지를 놓고 노사가 끝까지 평행선을 달린 것이다.
노조는 당초 성과급 재원의 70%를 DS 전체 구성원에게 공통 배분,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고 요구했다. 반면 회사 측은 적자 사업부까지 메모리사업부와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경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40 대 60' 구조를 고수했다.
협상 막판 양측은 한발 씩 양보했다. 올해는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적자 사업부도 DS 공통 배분 40%를 동일하게 지급하되, 내년부터 적자가 이어질 경우 해당 사업부는 이 공통 배분분의 60%만 지급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적자 사업부에도 수억원의 성과급이 주어지지만, 내년부터 적자 사업부의 성과급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사측은 올해는 예외적으로 적자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내년부터 '성과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지킬 수 있게 됐고, 노조 측은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되는 올해 적자사업부도 그 성과급을 나눌 수 있는 성과를 거뒀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회사 측이 적자 사업부 배분 방식 유예를 받아들이면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명구 삼성전자 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화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찾았다"며 "특별보상제도 제도화를 구체화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불씨는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았지만 삼성 내부 보상 체계와 노사 관계 전반에는 적지 않은 후폭풍을 남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성과급 지급 비율을 사실상 제도화하고 지급 상한까지 없앤 만큼 향후 다른 대기업 노사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삼성의 성과급 체계는 경영진 재량이 강한 구조였는데 이번에는 사업성과 연동 비율 자체를 사실상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며 "노조가 요구한 15%에는 못 미치지만 삼성 입장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양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번 합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했다기보다는 일단 1년 유예를 통해 봉합한 성격에 가깝다"며 "파운드리·시스템LSI 적자가 계속될 경우 내년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부 간 노노 갈등이 더 직접적으로 표면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반도체·배터리와 같은 국가 전략 산업에서 노사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교섭이 DS부문 위주로 진행되면서 완제품(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DX부문에는 600만원 규모 자사주 지급이 포함됐지만, DS부문과 비교하면 보상 규모나 제도 개선 폭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DX부문 조합원 일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DS 조합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잠정 합의안이 최종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