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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협상 왜 깨졌나

  • 2026.05.20(수) 16:03

중노위 조정안 합의 불발…노조 "총파업"
'적자 사업' 성과급 이견…삼성 "원칙 흔들려"
정부 신중론 유지…"조기 긴급조정권 가능성"

수원 삼성전자 본사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 중재 아래 사흘간 이어진 마라톤 협상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적자 사업부 성과급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측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급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자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국가 핵심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리스크로 번지는 양상이다.

사측 "원칙 못 깬다" vs 노조 "결정 미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노위가 노사 양측에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노조는 수용한 반면 사측은 최종 서명을 유보했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노사가 다시 요청하면 언제든 교섭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즉각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됐다"며 "노조는 예정대로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 기간 중에도 대화를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 설명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 밤까지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최종 단계에서 사측이 결정을 미루며 협상이 멈춰섰다. 최 위원장은 "중노위 조정안에 노조는 동의했지만 사측이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사측 대표 교섭위원도 '결정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협상 막판 최대 쟁점은 성과급 배분 구조였다. 특히 반도체(DS) 부문 내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직원들에게 어느 수준까지 성과급을 지급할지를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당초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면서 DS 부문 배분 비율을 '부문 공통 7·사업부 3' 구조로 제안했다. 반면 회사 측은 적자 사업부에 과도한 보상이 집중될 수 있다며 '부문 공통 4·사업부 6' 수준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회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요구한 것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원칙이 무너지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파업은 규모 면에서도 삼성전자 역사상 최대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 측은 약 5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파업 첫날인 21일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기흥·화성·평택 등 주요 반도체 사업장으로 이동해 쟁의행위에 나설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교대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실제 파업 참여 인원과 직무별 공백 규모가 생산 영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1년 만 '긴급조정권' 발동되나

외신들도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핵심 기업"이라며 "AI 반도체 수급이 빡빡한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를 "AI 패권 경쟁 한복판에서 터진 악재"라고 규정하며 "한국 제조업 특유의 강성 노조 문화가 삼성의 위기 극복을 가로막는 구조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CNBC는 협상 결렬 직후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약 99조원 증발했다고 전했다. 일부 생산라인에서 이미 메모리 생산량이 감소한 사례를 언급하며 "18일간 파업이 이어질 경우 수십조원 규모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AP통신과 신화통신 역시 AI 데이터센터 확대 국면에서 반도체 공급망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아직 긴급조정권 발동에는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막판 중재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홍경의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이날 "아직 노사 간 대화 시간이 남아 있다"며 "긴급조정권을 거론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예정된 외부 일정을 취소한 채 세종청사에 머물며 협상 상황을 실시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실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 특수성과 공급망 파급력을 고려하면 정부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2005년 항공업계 파업 이후 21년 만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노조법상 긴급조정권은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경우 행사할 수 있다"며 "반도체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 성격이 강한 만큼 정부가 파업 예고만으로도 위험성을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적으로는 실제 쟁의행위 이후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가 많지만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공급망 영향력이 큰 사안은 정부 판단에 따라 조기 발동 가능성도 있다"며 "이르면 이날 중 또는 파업이 시작된 뒤 하루 이틀 내 긴급조정권이 행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의 쟁의행위는 최대 30일간 중지된다. 이후 중노위 중재 절차를 거쳐 사실상 강제 조정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30일 내 중노위가 중재안을 내면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며 "결국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느냐가 핵심 변수"라고 부연했다.

"노조, 선 넘지 말아야"…이재명 작심발언

같은 날 수원지법에서 첫 심문을 진행한 '교섭중지 가처분 신청'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법원이 노조 측 교섭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현재 교섭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노조는 총회 의결 등 절차를 다시 거쳐 교섭 정당성을 보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관련기사: 삼성 노조 균열…"초기업 노조는 독재 기구"(2026.5.20)

아울러 총파업의 실질적 강도를 좌우할 변수로는 법원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정이 거론된다. 앞서 지난 18일 수원지법은 노조 측에 생산라인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운영하라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결정문에 담긴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이라는 표현을 두고 노사가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노조 측은 휴일 수준 인력만 유지해도 된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파업이 이뤄지는 해당 요일의 평상시 운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관련기사: 삼성 파업은 '급박한 위험'…"공장 멈추지 말라"(2026.5.18)

청와대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마지막까지 노사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밝혔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를 사실상 공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배분받는 것은 투자자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노동 3권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 일부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는 손실과 위험을 부담한 대가로 이익을 나눈다"며 "세금을 떼기도 전인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사회 곳곳이 지나치게 극단화하면서 선을 많이들 넘는다"며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판 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사 모두 추가 대화 가능성 자체를 닫지 않았다. 중노위 역시 "밤이든 휴일이든 요청이 오면 언제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추가 조정이나 직접 대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해결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실제 이날 오후 4시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노사 교섭이 다시 재개될 예정인 만큼 총파업 돌입 직전까지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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