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을 앞두고 재계와 대통령, 소액주주가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성과급은 임금이 아닌 경영상 판단의 영역이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받아한다는 목소리다. 삼성전자 파업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이해관계가 다른 재계·대통령·소액주주가 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영업이익 활용, 이사회 판단 영역"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업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국민경제 및 산업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가 특정 기업 노사 갈등을 두고 공동성명을 내고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공개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제6단체는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기업 이익 배분 요구로 법원에서도 이미 '임금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사안"이라며 "단체교섭 대상이라기보다 경영상 판단 영역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 글로벌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근로자에게 사전 배분하기로 약정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영업이익 활용은 이사회 경영 판단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제6단체는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멈춤 없이 가동되는 구조인 만큼 생산라인이 한 번 멈출 경우 웨이퍼 대량 폐기와 고가 장비 손상 가능성이 크다"며 "공정 과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특성상 대형 안전사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수천 개 협력업체는 물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계까지 생산 차질과 수주 감소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
이날 이재명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에 "양지만큼 음지가 있고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라며 "과유불급 물극필반"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며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이윤에 몫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때 제헌 헌법에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며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주주 "상법 위반 소지"
소액주주 반발도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같은 날 긴급 성명을 내고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에 공개 반대했다. 액트가 회원 주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투표에서는 참여 주주의 95%가 "파업이라는 진통을 겪더라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트 측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구조적으로 성과급으로 배분해 달라는 요구는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주주 권리와 직결되는 지배구조 문제"라고 주장했다.
노조 요구를 이사회 단독으로 수용할 경우 상법상 절차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구조적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것은 사실상 이익 처분에 해당하는 만큼 주주총회 의결이 필요하며, 주총 승인 없이 대규모 이익 배분 구조를 상시화하는 것은 상법상 절차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액트는 "매년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단체협약으로 영구 명문화하는 것은 일회성 성과급 지급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삼성전자 사례가 국내 주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 자본시장 전체의 구조적 저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에 들어갔다. 지난 1차 조정 결렬 이후 정부 중재로 다시 마련된 협상 자리다. 총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대화 국면으로 평가된다.
다만 노조는 성과급(OPI) 상한 50% 폐지와 영업이익 15% 배분 명문화 등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성과급 상한 폐지의 제도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