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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답 안 나오는 현대상선, 시나리오는 셋

  • 2015.11.12(목) 16:09

현대그룹 자구안 결국 '돌려막기'
근본대책 안 나오면 ①채권단 떠안기 ②법정관리 ③제3자 매각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답은 안 나온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자금조달을 위한 자구안을 내놨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지금 당장에 뾰족한 수도 없다.

현대그룹은 자산매각과 차입 등을 통해 4500억 원의 유동성을 마련했고, 이 가운데 2000억 원으로 산업은행 대출금을 갚았다. 연내에 현대벌크라인을 통한 영구채를 발행해 30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영구채 발행이 무사히 이뤄지면 차입금 상환을 제외하고 55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앞길이 막막하다. 이미 확보한 유동성도 결국엔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금 중심이어서 '돌려막기'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추가적인 자구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가 자구안이 나오고 원만히 진행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그랬듯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정리해봤다. 다만 이 역시 현대상선과 채권단을 둘러싼 정치적인 변수들로 인해 예측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① 채권단서 떠안기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떠안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기업에 문제가 터졌을 때 늘 내밀었던 카드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대우증권, LG카드(현재 신한카드), LG투자증권(현재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현대건설, 가깝게는 금호산업 등이 모두 그랬다.


하지만 여기에 전제조건은 두 가지다. 우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 현대그룹 쪽에선 여전히 부인하지만 현 회장이 현대증권을 살리는 대신 현대상선을 내놓는 방안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어쩌면 그것이 나머지 계열사를 살리는 유일한 방안일 수도 있다. 오너가에서 얼마나 책임을 지느냐에 따라선 후일(나중에 되사오기)을 도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와 산업은행의 결단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와 산업은행 모두 이 방안은 "절대 안 된다"고 손사래 친다. 일명 꼬리 자르기로 여론도 좋을 리 없다. 대우조선해양에 4조 2000억 원을 지원키로 한 이후 혈세 투입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했다. 게다가 대우조선 사태 이후 갖고 있던 비금융 자회사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이 카드를 남발했던 점만 봐도 그만큼 정부 입장에선 정치적인 부담을 덜 수 있는 카드여서 여전히 살아있다.

② 법정관리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는 최악의 카드이긴 하다. 끝까지 갔을 때 나오는 얘기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완전히 가능성 '제로'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정은 회장 입장에선 실패한 경영인이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한다. 채권단이 입을 손실도 만만치 않다. 당장 관련 채권은 '고정 이하(담보 여부 등에 따라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로 떨어지면서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대출금의 상당 부분을 떼이게 된다.


하지만 자구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매각 등의 인수·합병(M&A)도 안되고, 채권단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남는 카드는 이것뿐이다. 법정관리는 통상 회사 쪽에서 신청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최근 선제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어떤 입장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힌트를 얻자면 어제(11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엄격한 기업실사를 통해 워크아웃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부실기업에 대해선 신속하게 법원의 회생 정리 절차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채권단이 떠안는 식의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실효성이 높지 않으니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과감하게 정리하라는 얘기다. 정부 여당의 입장에서도 정치적으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재벌도 경영을 못 하면 법대로 처리한다는 인상을 심을 수 있다.  


물론 현대그룹은 당장 급한 불은 껐다. 올해 안에 어떤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정부는 연내에 조선 해운 등 취약한 5대 업종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현대상선의 앞날도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③ 제3자 매각

정부와 채권단이 가장 원하는 방식이다. '내 돈'을 들이지 않고 회사도 살릴 유일한 방법이다. 이미 한진해운과의 합병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제3자 매각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범현대가의 지원 가능성도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범현대가라고는 하지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나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는 현정은 회장 측과 몇 차례 유혈사태(?)를 겪으며 남보다 못한 관계가 돼 버린 지도 오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혀 관심 없다"며 "현대건설의 경우는 상징성이 있었고, 당시 주인이 없었던 회사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범현대가가 아니더라도 해운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3자 매각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와 채권단만의 바람으로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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