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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대출, 정상에서 '문제채권'으로 강등

  • 2016.02.03(수) 16:00

일부 은행, 대출 건전성 분류 '요주의'로..."떼일 염려 커졌다"
'용선료 매년 1000억 이상씩 깎아달라'는 협상이 관건

현대상선 대출채권이 정상에서 문제 채권으로 전락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몇 년간 영업적자를 내면서 현금흐름이 좋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은행은 지난해까지도 관련 대출 채권을 '정상'으로 분류했다. 그러다 지난 연말 '요주의' 이하로 바꾸고 추가로 충당금을 쌓기 시작했다.

 

만약 현대상선이 어제(2일) 발표한 자구계획에 따라 용선료 인하 협상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채권은행은 출자전환 등의 자율협약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채권은행들은 건전성 분류를 추가로 떨어뜨리고 충당금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 채권은행 '요주의 이하'로 강등..'떼일 가능성 커졌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지난 연말 현대상선 대출채권을 요주의 이하 여신으로 떨어뜨렸다. 추가 충당금도 쌓았다. 지난해까지 은행들은 이 채권을 '정상'으로 분류했지만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그동안의 자구노력도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을 떼일 가능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지난 연말 신용공여액 500억 원이 넘는 대기업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현대상선은 예상을 뒤엎고 B등급을 받았다.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졌다. 은행들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워크아웃(C등급)이든 혹은 그보다 완화된 자율협약이든 구체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요주의 혹은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한다.

 

그런데도 건전성 분류를 떨어뜨린 것은 그만큼 대출을 떼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더는 정상적인 (기업여신) 프로세스로는 회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KEB하나은행은 아직 요주의 이하로 떨어뜨리진 않았지만 정상여신 범주의 가장 밑단에 있는 상태여서 요주의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은행의 현대상선 담당 부서도 대부분 구조조정 파트로 이관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까지 기업금융2실에서 맡다가 최근 기업구조조정2실로 담당을 넘겼다. 일부 시중은행도 기업여신 파트에서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기업개선' 파트로 옮겼다. 현대상선도 채권은행에 대출(협약채권)의 50%를 출자전환 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은행들의 현대상선 채권 금액은 산업은행이 50%를 넘고, 수출입은행 17%, 우리은행 9%, 농협은행 8%,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5% 안팎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인수한 회사채와 선박금융 등을 모두 포함한 규모여서 앞으로 구체적인 채권액 산정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 '용선료 연간 1000억 원 이상 낮추는 협상' 지켜보자

 

채권은행의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은 현대상선에서 앞으로 진행하는 비협약 채권의 채무조정 협상 여부에 달렸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채권은행도 자율협약을 통해 출자전환 등에 동참하겠지만 반대인 경우엔 기업회생절차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은행 역시 대규모 충당금 폭탄을 맞아야 한다.

 

현대상선의 금융채권은 총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협약채권인 은행 대출은 1조 4000억 원(회사채 차환대금 2000억 원 포함)이고, 나머지 3조 1000억 원은 용선료 등의 비협약채권이다.

비협약채권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은 용선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연간 용선료는 9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60%가 넘는 5700억 원이 역마진이 나는 고 용선료에 해당한다. 이 부분에 대해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인다.

올해부터 앞으로 2~3년간 매년 8000억 원 안팎의 용선료가 나가고, 이 가운데 20~30%에 해당하는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용선료 인하를 협상 목표로 삼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 협상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최근 몇 년간 해운 경기가 어려워 그리스, 이스라엘 등 대략 4~5곳에서 용선료를 인하한 사례가 있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선박금융 채무조정 협상 역시 관건이다. 이중 국내 은행에서 참여한 것이 8000억 원이고 나머지 9000억 원은 국외 선박금융이다. 1조 2000억 원 수준의 회사채 출자전환 등의 채무조정 역시 난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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