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벌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연초, 혹은 올해 상반기 당시 예상했던 시기보다는 오히려 늦어지긴 했지만 결국 벌어졌고, 그러는 사이 국내 가계부채는 1200조 원으로 불어났다.
당장 큰 폭의 영향은 아니겠지만,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인상 폭에 따른 영향이 결정적이다. 국내에서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특히 고(高) LTV 대출이나 한계가구의 부담도 현실화될 수 있다.
◇ 시중금리 상승 영향은 불가피
미국 금리 인상은 국내 시중금리 상승을 불러온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시중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양도성예금증서(CD), 코픽스, 금융채 등의 시중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픽스 금리는 지난 10월 10개월 만에 반등, 전월보다 0.03%포인트 올랐고, 11월에도 0.09%포인트 올랐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한 시중은행도 자체적으로 가산금리 등을 조정해 금리를 올린 상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전환을 유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변동금리 비중은 67%에 이른다. 대부분 코픽스나 3년·5년 금융채에 연동돼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시중금리가 미국금리와 더불어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란 점은 우려된다"며 "가계가 부담하는 대출금리 부담도 점차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금리가 이미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선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추가적인 움직임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시중은행 한 자금담당 부장도 "최근 시중 장기금리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선 반영해 약간 올라가 있는 상태"라면서도 "시장금리의 상승압력이 있으므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LG경제연구원 |
◇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결정적
다만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 센터장은 "주로 장기 3년물짜리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택담보대출은 단기금리의 영향을 더 받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당장 시중금리 상승보다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LTV 60% 이상의 고 LTV 대출자와 금융부채가 자산보다 많고, 처분가능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DSR)이 40%를 넘는 한계가구엔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8월 이후 증가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 LTV 대출의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금융부채를 가진 전체 가구에서 한계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당시 13.8%였다. 가계부채는 올해 들어 110조 원이나 늘어났다. 위험군에 속하는 이런 대출자의 비중도 함께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가계부채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고, 최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도 조기에 안착할 수 있게 정책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미 불어난 주택담보대출엔 속수무책이다. 다만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어제(16일) 금융위 금감원 합동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국내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은 적정한 수준으로 대외충격에 대한 완충 수준이 적정하다"고 언급했다.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