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드디어 칼을 빼 들었습니다. 7년간 지속해온 제로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기준금리를 0~0.25%에서 0.25~0.5로 인상했습니다. 금리를 인상한 건 9년 6개월 만입니다.
시장에선 미국이 내년에도 0.25% 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려서 2~3년간 최종 3%대까지 인상하리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거나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시대가 끝난 겁니다. 관련 기사 : 美, 7년만에 제로금리 시대 '종언'
미국이 앞으로 꾸준히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도 지금과 같은 저금리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이에 따라 이미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거나, 대출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는 언제 금리를 올릴 것이며, 그렇다면 대출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한은 금리 인상 불확실…시중은행 금리는 오름세
당장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 오히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까지 거론합니다. 미국이야 경기가 어느 정도 나아졌다는 판단에 금리를 올렸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하리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관련 기사 : 한국은행의 선택은?
그러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당장 시중은행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66%로 전월(1.57%)보다 0.09% 포인트나 올랐습니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이용됩니다. 미국 금리 인상 영향으로 코픽스는 당분간 상승 추세가 지속할 전망입니다.
#변동금리 66%, 112만 가구 부실 위험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부채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 9월 기준으로 33.6%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금리 인상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겁니다.
금리가 오르면 112만 가구가 부실 위험에 처할 전망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낸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가계부실위험지수(HDRI)로 평가한 결과 금리가 오를 경우 112만 가구의 부채에 부실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금리가 오르면 고액자산가나 자가주택 거주자도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대출 갈아타기, 신중하되 점검부터
전문가들은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당장 고정금리로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고정금리로 대출을 전환하면 금리가 오르고, 중도상환수수료 등 비용이 들 수 있습니다.
대신 본인의 대출 유형과 상환방법 등을 재점검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낮은 금리만 믿고 관심을 두지 않다가, 어느새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하면 예상보다 큰 부담을 지게 됩니다.
유형과 기간에 따라 대응 전략을 짤 필요가 있습니다. 대출을 받은 지 3년 이내일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하므로 득실을 따져봐야 합니다. 일부 은행에선 3년 이내에 갈아타더라도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줄여주는 경우가 있으니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취업, 직장 변동, 승진, 재산 증가 등으로 신용상태가 개선됐다면 금융사 영업점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신규 대출, 유형·기간 따져봐야
은행에서 장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은 이젠 변동금리보단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 차가 크지 않으니 리스크를 줄이는 게 낫다는 견해입니다.
짧은 기간으로 빌리는 전세자금이나 생활비 대출의 경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가 1%포인트 정도로 크기 때문에 꼼꼼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당분간 우리나라 금리가 크게 인상할 가능성이 작으므로 차라리 변동금리가 낫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은행 대출 정책 변화 확인
내년부터 바뀌는 은행 대출 정책 변화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앞으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으려면 이른바 '스트레스 DTI'가 적용돼 금액에 제한을 받습니다. 스트레스 DTI란 은행이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적용해 원리금 상환액을 추산하고, 이에 따른 대출금 한도를 책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적절한 상환 방법을 고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동안 약정 기간에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 이런 대출은 받기가 어려워집니다. 신규 대출자는 미리 계획을 세워 분할상환 방식을 선택하든가, 아니면 대출 금액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대출 만기 연장을 앞둔 이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분할 상환은 원금을 일정 금액씩 상환하면서 점점 이자를 줄이는 장점도 있습니다. 관련 기사 : 내년 주택대출은 고정금리로 받거나, 한도 줄거나
상환 능력 심사도 강화합니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만으로 상환능력을 평가했는데, 이제 카드론이나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 등 기타 부채의 원금 상환액까지 고려해 심사합니다.
▲ 은행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상환 능력 평가하는 DTI와 모든 금융권 부채 원금 상환액까지 고려해 심사하는 DSR(Debt Service Ratio) 비교. 전국은행연합회 |
#비은행권에선 중금리 대출 찾기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이들은 기존처럼 무작정 카드사나 저축은행, 대부업체를 찾기보다는 최근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는 중금리 대출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5~6등급의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고, P2P(Peer to Peer) 대출 업체도 상환 능력에 따라 10% 전후의 대출을 해주고 있습니다. 내년 말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