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7조 9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로 재탄생한다. 2조 4000억 원의 '통 큰 베팅'으로 대우증권의 새 주인으로 정해지면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창업 18년 만에 국내 증권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며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에 한 발짝 다가섰다.
산업은행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대현 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은 "국내 자산관리의 선두주자인 미래에셋과 정통 증권업의 사관학교인 대우증권의 결합을 통한 초대형 증권사가 출현하게 됐다"며 "국내 증권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 등 해외진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에는 KB금융그룹과 한국투자증권도 뛰어들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 KB의 경우 2조 1000억 원 안팎의 금액을 제시하는 데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한국투자증권도 2조 2000억 원대의 금액을 적어내며 인수에 실패했다.
미래에셋은 내달 중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월부터 우선협상대상자 확인 실사를 진행한다. 이후 인수합병 절차를 거쳐 내년 중 양사의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은 본입찰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우증권 직원의 완전고용승계 방침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대우증권 노조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우증권 매각은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의 하나로 이뤄졌다. 정부는 대우증권을 비롯한 산업은행의 자회사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이번 매각 흥행으로 기업 구조조정 등에 쓰이는 자금줄에 숨통이 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