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은행을 향한 확고한 목표의식을 갖고 격차를 좁혀나가야 한다." (2015년 11월2일 KB국민은행 창립 14주년 기념사)
지난해 11월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윤종규 회장은 1년 내내 '리딩뱅크 탈환'을 외쳤다. 장기적 시각을 갖고 흔들림 없이 묵묵히 1등 금융그룹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해왔다.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영업력을 끌어올리는 등 내실을 다지고,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등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게 그 해법이다.
무엇보다 대우증권 인수로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방식이 리딩뱅크로 도약에 가장 주요한 해법으로 제시돼 왔다. KB 내부에서도 그렇고, 외부에서도 대우증권 인수를 확실한 전환점으로 여겼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안을 놓치게 됐다. 이제 플랜 B를 가동해야 할 때다. 일단 내부적으로는 비금융 계열사 수익 비중을 끌어올리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현대증권을 비롯한 여타 증권·보험사 매물을 찾을 전망이다.
◇ 현대증권이라도? "당장 계획 없어"
대우증권 인수가 가장 확실한 해법이었듯, KB금융의 플랜B로 당장 거론되는 것은 다른 매물 찾기다. KB가 현대증권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 없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증권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대증권 역시 대형 증권사로 그룹 시너지 강화 측면에서 부족한 매물은 아니다. KB금융은 오릭스 PE의 현대증권 인수가 무산한 이후 지속해서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현대증권 지분 인수는 가격 면에서도 1조 원이 채 안 돼 2조 원 이상이었던 대우증권에 비해 부담이 훨씬 적다. 만약 KB금융이 미래에셋보다 많은 2조 5000억 원 정도를 써내 대우증권을 손에 넣었다고 하더라도, 인수 후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으리라는 점에서 가격 부담은 주요한 사안이다.
다만 현대증권의 경우 수년간 매물로 나와 있으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점과 인수하는 현대증권의 지분이 22.6%에 불과해 추가 지분인수가 필요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거론된다. 현대그룹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어 매각 일정도 불투명하다. 윤종규 회장도 "당장 현대증권을 인수할 계획은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바로 현대증권 인수로 움직이기보다는 조직을 추스르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 비은행 수익 40%로 확대…결국엔 M&A
KB금융은 일단 내적 성장에 무게 중심을 둘 전망이다.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지분을 늘리고, KB투자증권 역량을 강화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비은행 부문 수익 확대를 꾀한다. 이를 통해 현재 30%대 초반인 비은행 부문 수익을 40%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진행해왔던 모바일 채널 강화,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역량 강화, 해외 진출 본격화 등의 방안도 가속한다. 여기에 조만간 KB금융 임원진과 계열사 경영진 인사를 통해 새 진용을 꾸릴 계획이다. KB금융 계열사 중 9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이달 말부터 내년 초에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런 계획들은 '최선'의 방안은 아니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이다. 이미 은행업만으로 성장을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KB금융이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한국형 BoA 메릴린치가 될 것"이라고 외친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 2008년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합쳐 시너지를 극대화한 것처럼, 은행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증권사를 통한 CIB(기업투자금융) 강화가 필수다.
KB금융이 지난 2013년에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고, 올해 또 대우증권 인수에 도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KB 입장에선 다른 증권사 매물을 찾을 때까지 내실을 다지는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내실을 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결국 다른 증권사 인수합병(M&A)을 꾸준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