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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디지털 한파]②인건비에 치이고, 인터넷에 밀리고

  • 2017.01.13(금) 17:28

이익 줄고 인건비 늘고‥.너도나도 허리띠 조이기
비대면 채널·디지털 환경 확산 '다이어트' 더 가속

최근 1~2년 새 은행권에 불어닥친 한파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은행의 이익이 정체하거나 쪼그라드는데 비용은 되레 늘어나는 구조를 꼽을 수 있다. 결국 최고경영자(CEO)의 선택은 감원과 감축으로 귀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대면 채널 강화 등 디지털 금융환경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과거처럼 방대한 점포나 대규모 인력이 더는 필요 없어졌다. 이것이 트리거 역할을 하면서 경영진이나 은행원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결정'에 대한 명분을 준 셈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이런 흐름이 은행권의 인원 감축을 가속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데 있다.

  

 
 

◇ 이익은 쪼그라드는데 비용만 늘어나

은행들의 이익 감소세는 확연하다. 은행의 주 수익원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수수료이익 등)을 합한 총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이후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엔 이익이 찔끔 오른 곳도 있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9월말 기준으로 국민은행 4조3230억원, 신한 4조1663억원, KEB하나 4조53억원, 우리은행 3조8483억원으로 4조원 안팎 수준에 불과하다. 한 분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 추정해봐도 전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나가는 돈'은 갈수록 늘고 있다. 나가는 돈의 상당부분은 판관비다. 이 판관비의 상당부분은 또 인건비가 차지한다. 영업이익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비율로 나타낸 것이 총영업이익경비율(CIR)인데 이게 높을수록 경영 효율성은 떨어진다.

버는 돈은 줄어드는데 나가는 돈은 늘어나니 이 비율이 점차 악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은행은 4개 은행 중에서 이 비율이 가장 나쁘다. 지난 2015년말 기준으로 66%,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론 58%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국민>KEB하나>우리>신한‥1등 관문

 

국민은행이 지난 연말 2800명에 달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면 연말 기준 CIR은 일시적으로 악화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 비율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효율성은 그만큼 좋아진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올해부터는 국민은행도 이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지면서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CIR도 그렇지만 1등 은행인 신한은행과 비교해봐도 비용구조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익규모는 신한은행보다 적지만 점포는 250여개가 많고, 직원 역시 이번에 희망퇴직으로 나가는 인원(2800명)을 빼도 3000명 이상 더 많다. 여전히 인원과 점포 등 지속적인 '다이어트'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KEB하나은행도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과정에서 CIR이 60%대로 올라갔다. 이런 이유 등으로 KEB하나은행 역시 다른 은행보다 감원 규모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의 은행은 인건비가 영업 성과와 연동하기 때문에 굳이 사람을 줄일 필요가 없지만 우리는 성과와 관계없이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는 구조여서 명퇴로 인력을 줄이는 식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이젠 점포도 은행원도 필요없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은 줄고, 또 영업점 업무의 상당부분을 모바일로 대표되는 디지털 채널에서 흡수하면서 은행원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영업본부장을 했던 2~3년 전에도 일반 오피스 밀집 지역의 점포에선 번호표 50개가 채 뽑히지 않는 날이 수두룩했다"며 "이제는 점포가 지금처럼 많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점포 100개만 갖고 영업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인터넷뱅크의 등장은 그 가능성의 실험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 때 창구를 찾는 비중은 10.1%까지 낮아졌다. 90%가까이 인터넷뱅킹이나 CD·ATM기 텔레뱅킹 등의 비대면 거래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한 금융서비스 뿐 아니라 대출 신청 역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인터넷뱅킹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체크카드 발급이나 각종 서류 발급 등도 이젠 신한유어스마트라운지 등 무인 키오스크로 해결한다.

 

창구 이용의 주 고객층인 중장년층 이상은 어떨까. 최근 은행들이 시니어를 위한 앱을 속속 내놓고 있다. 중장년층 이상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궁극적으론 은행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시니어 고객들이 이런 맞춤형 앱을 이용하고 모바일 금융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론 이들 조차도 더는 은행 창구에서 만나기 어려워지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민간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지금 은행의 대응(다이어트)이 절대 과도한 것이 아니다"며 "은행들이 특별한 사업모델, 성장모델을 강화하지 않는 한 은행 인력이나 점포는 더 빠르게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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