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착한 실손보험' 취지는 이게 아닌데

  • 2017.05.17(수) 10:06

新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 미미…"예견된 실패"
새정부 건강보험 보장 확대 계기로 재논의 될듯

보험사들이 지난달부터 판매하고 있는 '신(新) 실손의료보험'이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내놨지만 가격이나 보장 면에서 매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특히 가입자들이 기본형이 아닌 특약형으로 쏠리면서 실손보험 제도를 개선한 효과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에게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국민건강보험 보장 확대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강보험을 확대해 비급여 진료 항목을 줄이고 이를 통해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인데 보험업계는 이 과정에서 실손보험의 제도 개선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착한 실손보험 '기본형' 가입 10% 안팎에 그쳐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지난달 출시한 신(新)실손보험 가입 건수는 8만 9000건 정도다. 이는 전월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규모로 추산된다. 당장 급하게 가입할 만한 매력이 없는 데다가 보험사들이 새 상품을 내놓기 직전 구(舊) 상품으로 고객 모집에 열을 올리면서 4월에는 가입이 줄었다.

지난달 가입자 중 기본형에만 가입한 건수는 전체의 10~20%에 그친다. 새로운 실손보험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기본적인 보장만 받는 '기본형'과 보장 항목을 추가하는 '특약형'이 있다. 4월 이전에 팔았던 기존 실손보험과 같은 수준의 보장을 받으려면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마늘·비타민 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세 가지 특약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특약형'에 가입이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기본형' 상품의 가격이 저렴해 '착한 실손보험'이라는 별칭이 붙었는데 결국 효과는 미미한 셈이다. 
관련 기사 ☞ [포스트]'확 바뀌는 실손보험' 갈아탈까?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특히 금융당국이 기대했던 기존 실손보험에서 갈아탄 가입자는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 건수 중 기존 실손 보험에서 갈아탄 규모는 2~3% 수준에 그친다.

◇ 자기 부담만 커진 가입자…정책 취지 무색

금융당국이 '신(新) 실손보험'을 내놓은 이유는 일부 가입자의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료 인상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과잉진료 항목을 특약으로 빼고 특약에 한해 가입자의 자기 부담률을 기존 10%에서 20%로 높였다. 결국 기본형 가입이 많아야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특약형 가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정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특약형에 가입하면 이전과 같은 보장을 받는데도 자기 부담만 커지니 좋을 게 없다. 금융당국은 특약을 다 넣더라도 기존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하지만 월 5000원 안팎 수준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신상품에만 가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일부 가입자의 과잉 진료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고 보험료가 오르는 것도 막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2015년부터 보험 자율화 정책을 시행해 보험료가 오를 여지가 많다.

◇ 이해관계 첨예한 실손보험 개선, 이번에는?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내놨던 건강보험 확대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 자연스레 비급여 항목이 줄게 되고, 비급여 항목을 보장해주는 실손보험의 보험료도 저렴해질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에서는 특히 이런 제도 개선 과정에서 비급여 진료 항목 표준화 등 제도 개선 논의가 불붙기를 기대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은 병원마다 명칭과 가격 등이 달라 '과잉 진료'의 주원인으로 지목받는다.

다만 실손보험 개선 문제는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라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다. 보험업계는 의료계와 보건복지부가 비급여 항목 표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고 의료계에서는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상품 설계를 잘못한 것이지 과잉진료만이 문제가 아니라며 반박한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관련 부처들이 모여 실손보험 개혁이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장 맞닥뜨린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건강보험의 보장을 늘리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