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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피플]시장중시 김광두 '균형추 역할' 주목

  • 2017.05.24(수) 10:14

5년전 '줄푸세' 설계→J노믹스 '소득주도 성장' 지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맡아 '쏠림·속도' 조율할듯

2015년 12월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 당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장하성 경제개혁연구소 이사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재벌개혁을 놓고 두 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1년 5개월 후 김광두 원장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김상조 소장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장하성 이사장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나란히 임명됐다. 성향이 뚜렷하면서도 다른 이들 학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다시 뭉쳤다. 예상이나 했던 일일까.

김광두 부의장은 보수성향의 학자로 대표된다. 올해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이자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기)'로 요약되는 박근혜의 경제공약을 만든 인물이다. 국가미래연구원도 박 전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부터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곳이다.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들은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도 국가미래연구원, 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연구소 공동주최로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라는 타이틀로 정치 경제 사회 다양한 주제로 토론회를 이어왔다. 이제는 아예 같은 정권에서 힘을 모아 '소득 주도의 성장'을 부르짖고 있다.

김 부의장이 맡게 된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상 기구이기는 하지만 자문기구의 특성상 다소 모호한 성격을 지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김광두 부의장의 이런 행보를 볼때 단순히 자문역할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칫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정책 방향에 균형추 역할을 하고 견제역할을 하지 않을까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 전임 대통령과는 오래 전 결별

박근혜의 공약을 설계했던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엔 아무런 자리를 받지 못했다. 이것이 직접적인 이유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후 박근혜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은 '개혁적 보수'를 지향했고, 동시에 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민주화는 희미해졌다' 등의 칼럼 시리즈를 내면서 각을 세웠고, 2015년부터는 진보진영과 토론회를 열면서 경제민주화, 사회통합, 불평등 해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낸 점에서도 눈에 띈다.


이후 뒤늦게 합류한 문재인 캠프에선 경제공약의 핵심인 일자리 확대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 등 'J노믹스'를 설계하는데 주축 역할을 하기도 했다.

◇ '문 대통령과 다른 시각' 역할은?

김 부의장의 임명은 탕평, 통합 인사라는 키워드에 부합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탕평인사 차원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김 부의장을 임명하면서 "개혁적 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저와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지만 경제문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이나 경제계에서 김광두 부의장이 균형추와 견제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 대통령은 또 "경제를 살리는 데 국가역량을 모으기 위해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활성화하려 한다"며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경험한 김 원장이 부의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만큼 자문회의가 헌법 취지대로 활성화 돼 국민의 삶 개선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며 힘을 실었다.

◇ 재벌개혁 공감하되 기업 경쟁력 강조

 

김광두 부의장의 시각은 명확해보인다. 재벌개혁도 필요하고 소득주도 성장에도 공감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시장경제 논리와 기업 경쟁력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세우고 있다.


2015년 재벌개혁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자. 그는 "재벌이 불공정성과 기회의 불균등성을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대기업 지배 주주 경영자의 사익편취, 대기업집단에 의한 경제력 집중 및 힘의 남용, 부당한 방법에 의한 지배주주의 기업지배력 강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와 엄정한 집행, 소액주주의 권익보호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장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인센티브인 경제하려는 의지를 꺾어서는 안되고, 기업 경쟁력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또 다른 토론회에서 김 부의장은 "불평등과 불공정 시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당연히 개선돼야 하지만, 동시에 개방되고 기술변화가 빠른 상황에서는 경쟁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득 주도의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임금인상보다는 일자리를 만드는게 더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 역시 기업 경쟁력과 관련있는 문제로 세계 각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과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앞으로 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개혁을 이뤄내려는 이번 정부에서 그의 이런 생각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 나갈지, 또 견제역할을 해 나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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