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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김정태 9부 능선…최범수 대항마 부각

  • 2018.01.17(수) 10:19

하나금융 회장 후보 3인 선정…김정태 3연임 가능성
금융당국 "관치 없지만, 천천히 가라고 신호줬다"
하나금융 "일정대로 간다"…최범수 전 KCB 사장 주목

 

지난 16일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최종후보 3명을 선정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범수 전 KCB 사장,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이다. 회장 후보 윤곽이 보이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긴장감은 그대로다. 한때 '금융감독원 감사가 중단됐다'는 언론보도도 나왔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는 기존대로 진행하되 확대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김 회장이 3연임을 위한 9부 능선은 넘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감사가 끝나기 전까지 회장 선임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속 차량에 좀 천천히 가라고 신호를 줬는데 이를 무시하고 사고가 나면 차주 책임"이라며 "다음달쯤이면 감사 결과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구(왼쪽) 금융위원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 = 이명근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그룹 회장 인사에 대해 포문을 연 것은 작년말부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사는 CEO 선임에 영향을 미칠 대주주가 없어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논란의 중심"이라며 '셀프 연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어 "CEO 스스로 가까운 분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하나금융지주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9.64%)으로 '주인 없는 회사'다. 소액주주가 77%가 넘는다. '주인 없는 회사'의 CEO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선정한다. 회추위는 사외이사로 구성되고, 사외이사는 현직 CEO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게 감독당국 시각이다. 이런 시각에서 2012년 회장에 선임된 김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감독당국이 보고 있는 것이다.

 

최 위원장 말이 떨어지자 금감원이 움직였다. 금감원은 하나금융과 KB금융에 대해 행정지도인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조치를 수용했다. 회추위에서 김 회장이 빠지고, 사외이사만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금감원은 고삐를 조였다.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비리 의혹, 채용 비리 등 하나금융 감사에 들어갔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배구조 관리 역시 감독기관이 해야 할 의무"라며 "만약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라고 압박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졌지만 하나금융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회추위는 이달 4일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예년보다 한달 가량 빠른 일정으로, 금융당국이 예상하지 못했던 '카드'였다.

금융당국은 두차례에 걸쳐 회추위에 회장 선임 절차를 2~3주 가량 미뤄줄 것을 요청했지만, 지난 15일 회추위는 후보자 인터뷰를 일정대로 진행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금융인 중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받아선 안된다는 식의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금융위는 특정인을 향한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업계는 우월의식에 젖은 금융인으로 '한 사람'을 지목했다.

서로를 향해 내달리던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은 청와대가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정면충돌은 피했다. '관치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와대가 나선 것이다.

 


'주인없는' 국내 금융회사에 관치 그림자는 늘 짙게 배어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기존 금융지주 CEO에 대한 고강도 검사가 진행되고, '구관'은 버티지 못하고 새 정부의 '낙하산'이 내려앉는 식이다. 2009년 KB금융 회장에 내정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금감원 검사에서 '사후 중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당시 금감원은 강 전 행장의 주유카드까지 조사했다. 2010년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4연임에 성공한뒤 금감원 중징계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적폐 청산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에게 '또 다시 관치'라는 시각이 부각되면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신호는 금융당국에 '개입하더라도 투박하지 않게 하라'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회추위는 오는 22일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는 회추위가 계획대로 회장 후보를 최종 선정할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일정을 미룰지 지켜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달 감사 결과 윤곽이 나오면 회장 결격 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판단 날 것"이라며 "회추위가 2~3주도 기다려주면 더 매끄럽게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회장 선임 절차는 일정대로 흘러갈 것"이라며 "이번에 의외의 인물인 최범수 전 사장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김 회장의 적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범수 후보는 예일대 경제학 박사 취득 후 금감위 자문관, 국민은행 부행장, 신한금융 부사장 등을 거쳤다. 외환위기 때 금감원 이헌재 사단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금융회사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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