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이 3연임에 성공했다. 2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3명의 후보중 김정태 회장을 최종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김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라는 관문만을 남겨두게 됐다.
변수도 있다. 김 회장이 26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사내 절차'를 통과했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그를 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면허를 받아 영업하는 금융회사 수장이 넘어야 할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 사상최대 실적·주가…"무거운 책임감"
지난 22일 하나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최종 후보군 3명에 대한 프리젠테이션(PT)과 심층면접을 진행한뒤 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김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확정했다. 윤종남 회추위 위원장은 "김 회장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대비하고 미래성장기반 확보, 그룹의 시너지 창출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금융산업 발전에 헌신하겠다"며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52년생으로 경남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다. 1981년 서울은행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하나은행 송파지점장, 지방지역본부장, 가계고객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02년 부행장에 올랐다. 2005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 하나은행장을 거쳐 2012년 하나금융 회장에 선임됐다.
국내 금융지주에서 3연임에 성공한 CEO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회장 3명 정도다. 특히 2005년 출범한 하나금융지주는 두명의 회장이 모두 3연임에 성공하는 기록을 남겼다.
김승태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할 수 있는 배경은 실적에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2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주가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년 정도 예상됐던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을 조기에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과제는 글로벌과 비은행 사업부 확장이다. 2014년 김 회장은 '2025년까지 이익 기준으로 국내 1위 은행, 글로벌 비중 40%, 비은행 부문 40%' 목표를 제시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비은행과 글로벌이 앞으로 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이명근 기자] |
◇ 다음달 금감원 감사 결과 '변수'
금융당국과 갈등은 김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CEO 스스로 가까운 분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며 '셀프 연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하나금융지주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9.64%)으로, 소액주주가 77%가 넘는다.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로 CEO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선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추위가 현직 CEO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바로 칼을 뽑았다.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비리 의혹, 채용 비리 등 하나금융 감사에 들어갔다. 하나금융도 반격에 나섰다. 예년보다 한달 빨리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회장 선임 절차를 2~3주가량 늦출 것을 요구했지만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 요구를 거부했다.
정면충돌 직전 청와대가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금융당국이 한발 뒤로 물러섰다. 금감원은 22일부터 시작된 금융지주 지배구조 검사에서 하나금융은 제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치) 논란이 커지면서 오해받을 부분이 있어 하나금융 지배구조 감사는 회추위가 마무리하고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과 채용 비리 등 감사는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감사 결과는 다음달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추위는 일정대로 회장 선임 과정을 추진할 권한이 있다"면서도 "나중에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은 하나금융이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