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을 눈앞에 둔 김정태(사진)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 단독 후보에 올랐다. 현재 하나금융은 김 회장과 김병호 부회장, 함영주 행장 등 3명으로 사내이사진을 꾸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금융감독원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논리"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김 회장의 3연임 과정에 이어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사이에 또한번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6일 하나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후보 9명을 확정했다. 신임 후보는 김홍진 전 예탁결제원 본부장·박시환 인하대 교수·백태승 전 연세대 교수·양동훈 동국대 교수·허윤 서강대 교수 총 5명이고, 윤성복 전 삼정회계법인 부회장과 박원구 서울대 특임교수는 사외이사 후보로 재선임됐다. 내년까지 임기가 남은 차은영 사외이사 등을 포함해 3명을 제외하면 하나금융은 이번에 사외이사진을 대폭 물갈이한 것이다.
이날 하나금융은 사내이사에서 김병호 부회장과 함영주 행장을 제외했다. 두 사람이 빠지면서 사내이사에는 김정태 회장 홀로 남았다.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의 경영유의사항을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나지주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주사 사내이사인 김병호 부회장과 함 행장이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독립성 약화와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는 금융당국의 경영유의사항을 반영, 두 사람을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제외했다"며 "이에 따라 사내이사의 역할이 축소돼 사내이사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영업을 하는 사내이사가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참석하는 것이 이해상충 우려가 있으니 빠지는 것이 좋겠다고 주문한 것"이라며 "김 회장을 단독 사내이사로 선임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금융지주는 모두 복수로 사내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는데 하나금융만 핑계를 대고 있다"며 "무슨 논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고, 상식수준에서 봐도 틀렸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도 '특이한 케이스'라고 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CEO 리스크 등을 대비해 보통 사내이사를 2~3명 두고 있다"며 "상근 사내이사가 아니더라도 비상근 사내이사를 운영하면 되는데 굳이 사내이사를 한명만 두는 것은 경영안정화 측면에서 이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표이사는 등기이사에 한해 선임할 수 있는데 사내이사가 없는 상황에서 대표이사 자리가 비면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 전까지 대표를 선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경영유의사항을 받아들여 두 사내이사를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빼기로했는데, 이 업무를 제외하면 사내이사로서 역할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선 경영유보시 공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이달 열릴 이사회에서 CEO 유보시 대행순서를 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