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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첫 ISD 패소' 금융위, 소송비만 70억 썼다

  • 2018.06.08(금) 14:07

정부, 대우일렉 계약금 '투자자·국가간 소송' 패소
로펌비 등 70억 쓰고 패소해 730억 반환 위기
정부, 패소 이유도 공개하지 않고 깜깜이 소송

 

이란의 다야니 가문이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과정에서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몰수당한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했다. 정부는 청구금액 935억원중 약 730억원을 물려줘야할 위기에 처했다.

국고에서 수백억원이 나갈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는 소송에서 '왜 졌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소송에서 로펌비 등으로 70억원을 썼다. 세금으로 수십억원대 소송비를 대면서 '깜깜이 소송'을 진행한 정부는 ISD에서 첫 패소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지난 7일 금융위 등 정부 부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 UN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는 캠코가 한국정부의 국가기관으로 인정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국정부가 청구금액 935억원중 약 730억원 상당을 다야니에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캠코는 2000년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뒤 2010년 다야니가 소유한 가전기업 엔텍합(Entekhab)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엔텍합이 투자확약서(LOC)대로 인수대금 마련하지 못하자 캠코는 계약금 578억원을 몰수했다.

 

2015년 다야니는 한국정부가 한국·이란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한 대우 원칙' 등을 위반했다며 국제중재를 제기, ISD가 시작됐다.

현재 계약금 578억원은 우리은행이 보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9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추진한 주채권은행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이란 제재로 임시계좌에 묶여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채권자 캠코가 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정부는 패소 이유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후속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패소 이유를 밝히긴 조심스럽다"며 "향후 재판 결과가 확정되고 나면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재판 결과를 분석 중"이라며 "중재 판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 쟁점을 알려주기는 곤란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줄곧 이번 소송에 대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제기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미 그해 2월 다야니는 한국정부에 중재의향서를 보낸 상태였다.

2016년에는 국회예산정책처가 국제중재수행 비용 검토를 위해 금융위에 소송 관련 정보를 요구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비밀유지약정 위반과 소송전략 노출 등을 이유로 중재의향서와 재판진행현황, 정부와 로펌간 계약서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융위는 2016년 한해동안 정부대리로펌인 율촌과 영국 프레시필즈(Freshfields)에 로펌비용으로 23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로펌비 24억6400만원, 중재인 보수 3억6400만원, 자문비 8억5800만원 등 총 39억4800만원의 예산을 받았다. 금융위는 이번 소송 비용으로 7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정부가 부담해야할 소송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중재판정문을 분석한 뒤 중재지법(영국중재법)에 따른 취소신청 여부 등 후속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백억원대 국고가 나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소송 패소 이유조차 숨기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론스타 등이 낸 ISD 소송이 남아 있어 이번 소송이 투자자와 국가 소송에서 중요한 선례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분쟁대상 원금이 578억원 수준인 재판에 로펌비용으로 70억원 사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위는 "다야니 ISD에 패소하는 경우 후속적인 ISD가 난립할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중재 발생 예방 차원에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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