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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정부 ISD 비상 ①소송 아닙니다

  • 2018.06.14(목) 17:01

정부, 이란 디야니가문·론스타와 ISD 진행중
ISD는 소송 아닌 중재…중재인 당사자가 선정
단심제로 뒤집기 힘들어…2011년 이후 취소율 4%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 이하 ISD) 제도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이란의 다야니 가문과의 ISD에서 패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ISD 제도와 현황 등을 소개합니다.[편집자]

 


'다야니 ISD사건 내용 및 소송 수행과정'

지난 7일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배포한 '이란 다야니家와의 ISD 중재판정 결과' 보도자료 내용중 일부다.  정부는 이 자료에서 소송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시민단체 오픈넷 남희섭 이사장(변리사)은 "ISD는 소송이나 재판이 아닌 중재"라며 "소송은 법원이라는 공적 기구를 통해 판결을 받는 제도이고 중재는 분쟁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사적인 구제 절차"라고 설명했다.

◇분쟁의 씨앗은 '외국투자자 차별'

ISD는 국가와 국외투자자간 분쟁을 해결하는 중재 절차다. 외국인투자자가 투자대상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투자가 분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ISD는 '개별 투자계약 위반'이 아닌 '투자협정상 의무 위반'을 대상으로 한다. 투자협정상 의무는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 최혜국대우(Most Favoured Nation Treatment),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 등을 말한다. 한마디로 외국인투자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얘기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대부분의 투자협정에 ISD가 포함돼 있어 분쟁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2011년 기준 한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7개 FTA 중에서 6개, 85개 투자협정중에서 81개에 ISD가 포함돼있다.


일례로 이란의 다야니 가문이 한국 정부에 ISD를 제기한 이유는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과정때 한국정부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이 약속한 '공정·공평한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핵개발에 나선 이란에 경제제재를 가했는데 한국정부도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는 이란 기업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았다고 다야니는 주장하고 있다.

 

◇'선수'가 '심판' 뽑는다 


국제투자분쟁은 주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진행되고 그 외는 국제연합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중재규칙이 적용된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중재는 UNCITRAL에서, 론스타가 제기한 외환은행 인수·매각 관련 갈등 중재는 ICSID에서 진행되고 있다. 분쟁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지난해 ICSID에 제소된 분쟁은 49건으로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

중재가 재판이 아닌 사적인 해결 장치라는 점은 중재인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재판정부는 보통 3인의 중재인으로 구성된다. 중재인은 분쟁 당사자 양측이 1명씩을 선정하고 의장중재인은 합의를 통해 뽑는다. 축구시합에서 선수가 심판을 선정하는 셈이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법리를 다투는 '재판'과 '중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ISD의 경우 한국 정부는 개번 그리피스 변호사를, 다야니는 얀 폴슨 변호사를 각각 중재인으로 뽑았다. 의장중재인은 양측 중재인이 합의한 버나드 하너쵸우 벨기에 루뱅대학 교수가 맡았다. 재판으로 보면 대학 교수가 판사를 맡은 셈이다.

 

 

◇두번 기회는 없다…판정취소 성공률 4%

 

ISD는 단심제로 진행된다. 한번 결정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불복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받아들일 수 없으면 ▲판정문 해석 요청 ▲재심 요청 ▲판정 취소 신청 ▲집행거부 등의 절차가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중재 판정을 무효화 시키는 가장 강력한 불복방식인 취소 성공률을 보자.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ICSID는 지난해까지 제기된 총 555건의 중재사건중 261건에 대해 판정을 내렸다. 이중 104건에 대한 취소판정 절차가 진행됐고 최종적으로 판정이 취소된 사례는 17건에 불과하다.

 

판정 취소율은 1971~2000년 13%, 2001~2010년 8%, 2011년 이후 4%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금융위 등 정부는 UNCITRAL로 진행된 대우일렉트로닉스 ISD도 취소 신청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문가는 UNCITRAL에서도 취소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소속 김종우 변호사는 "중재는 대법원 판결이 바로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재심은 판사가 협박당했다든지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고 일반적인 경우는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1980~90년대엔 취소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에 중재인들은 모난 결정을 잘하지 않아 취소 사례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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