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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에 2800억 배상"…선방 평가속 '책임론' 나오는 까닭

  • 2022.08.31(수) 17:53

청구액의 5% 미만 배상…'국익손실 막았다'지만
결과적으로 혈세 누출…윤 정부 실세 다수 연관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가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와 이자를 배상하라"고 31일 판결했다. 분쟁이 시작된 지 10년여 만에 내린 결론이다. 

한편에서는 우리 정부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정에 따른 손실이 론스타가 청구한 46억8000만달러의 5%도 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에 관여한 경제 관료들의 책임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결국 '혈세'로 줄 필요가 없는 돈을 외국 펀드에 내줘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당시 관련 관료 상당수가 윤석열 정부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 수위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입장을 낸 데는 이런 배경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선방 평가 '국가적 손실방어'

이날 법무부가 밝힌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 판정은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론스타 청구금액은 달러/원 1300원(법무부 발표 기준)로 환산하면 6조840억원이다. 하지만 판정 금액은 2815억원이다. ICSID는 2011년 12월3일(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시점)부터 이를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덧붙였다. 이를 감안하면 총 3000억원 안팎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국고에서 6조원이 나갈 수 있던 사건을 3000억원으로 막은 결과 때문이다. 정부와 이 사건을 대응한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전부 승소를 하지 못한 점은 유감이지만 10년간의 장기전 속애서 '국가적 손실 방어' 한 축 담당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자평했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를 통한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인수했지만 불법 인수 논란 제기 후 매각에 나섰다. 국민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과 매각 협상을 했지만 결렬됐고, 결국 2012년 하나금융지주로 3조9157억원에 팔았다.

론스타의 주장은 하나은행으로의 매각 이전 과정에서 정부 개입으로 더 비싼 값에 매각하지 못했고,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과 협상 때도 정부가 승인을 지연해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ICSID는 그러나 론스타 주장중 론스타와 하나은행간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행위에 대해서만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나머지 금융·조세 쟁점에 대해서는 론스타측 주장을 기각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법무부는 이마저도 내주지 않기 위해 중재 취소신청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 같은 국민 세금이 한 푼도 유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로 (취소신청 절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책임론 '당시 관련 관료들 현 정부서 중책'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는 3000억원 역시 작지 않은 국고 손실이라는 데 있다. 론스타가 여전히 '공격적 해외자본'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배경도 있다. 특히 당시 론스타 인수·매각의 주요 관련자들이 현 정부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울 우려를 낳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부터 그렇다. 그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때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이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예외승인' 관련 공문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보낸 것도 추 부총리였다.

당시 예외승인을 금감위에 요청한 사람은 추 부총리 상관인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었다. 그 뒤 2012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당시 추 부총리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은 김주현 현 금융위원장이었다. 

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가 쟁점이었던 2008년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었다.

이미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의혹과 관련해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있었지만 사법적 결론은 '무죄'였다. 이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 관여한 인물들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날 금융노조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기는 결정을 한 관료들과 수사·감사 과정에서 이를 눈감아준 검찰, 감독당국 책임자들로 인해 10년 뒤 국민의 혈세 2925억원이 지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그 당사자들은 여전히 이 나라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감독당국 책임자들이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말한다. 이 둘은 검찰이 론스타 '헐값 매각' 의혹을 수사했던 2006년 해당 수사에 투입됐다.

한편 하나금융지주, 하나은행은 행여나 이번 론스타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나은행은 론스타로부터 옛 외환은행을 종전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해 결과적으로 수혜를 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과의 '은행 빅4' 경쟁 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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