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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외환은행'…53년만에 지워진 이름

  • 2020.01.31(금) 17:43

1967년 출발…IMF위기 치명타
론스타 이후 하나금융에 인수
합병 이어 화학적 통합도 완결

당행의 역사적인 출발에 즈음하여…(중략) 우리나라 유일의 외환전문은행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항상 느끼고 친절과 봉사의 정신으로써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을 다짐하오며…

1967년 1월28일 주요 일간지 1면에는 외환은행 초대 행장인 홍승희 씨 이름으로 은행 개업을 알리는 광고가 실렸다. 한국은행이 취급하던 외환업무를 넘겨받아 자본금 100억원으로 출발한 외환은행은 국내 처음으로 설립된 외환전문은행이다.

외환은행은 1997년 IMF가 터졌을 때만 해도 국내 외환거래의 90% 이상을 맡을 정도로 외환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었다. 신용장 개설이나 외화대출 등은 대부분 외환은행 몫이었다. 기업금융에 강했고 인력들의 수준도 뛰어났다. 하지만 IMF 위기로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져 치명상을 입는다.

1967년 1월28일 동아일보 1면 하단에 실린 한국외환은행 광고./출처=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기아차, 한보, 대우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쓰러졌고 그 뒤 주거래업체인 현대그룹마저 '형제의 난' 등으로 흔들리면서 사실상 주저앉게 된다. 독일 코메르츠뱅크가 출자를 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였다. 1998년 6월 외환은행의 부실 여신은 전체 여신의 30%에 달했다.

그러다 2003년 미국의 투기자본인 론스타에 넘어간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의 배경이 된 사건이다. 론스타는 2012년 1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넘기면서 4조6000억원이 넘는 매각차익을 챙겼다. 그걸로도 성이 차지 않아 그해 12월 한국 정부가 매각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며 5조원대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해 현재 중재재판이 진행 중이다.

론스타 손에서 벗어난 외환은행은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합병했다. 이름도 'KEB하나은행'으로 바꿔달았다. 하나은행 앞에 붙은 'KEB'는 외환은행 영문명(Korea Exchange Bank)에서 앞글자를 따온 말이다.

KEB라는 단어를 남긴 건 과거 외환·기업금융 분야에서 쌓은 외환은행의 평판을 활용하고 외환은행 직원들의 상처를 달래주는 의미가 있었다. 합병을 통해 물리적 통합은 이뤘지만 화학적 통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도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3일부터는 KEB하나은행 이름이 '하나은행'으로 바뀐다. 외환은행을 뜻하는 'KEB'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앞으로는 KEB하나은행 간판에서 더는 KEB를 볼 수 없게 된다.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3일부터 브랜드명을 '하나은행'으로 바꾼다고 31일 밝혔다. 영업점 간판을 비롯해 명함, 내부문서 등에서 KEB라는 단어가 빠진다. 설립 53년만에 외환은행의 이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은 "'케이이비'라는 발음상의 어려움과 다른 은행명과 혼동, 대부분의 손님들이 '하나은행'으로 부르는 현실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명이란 KB국민은행을 말한다.

이번 조치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물리적 통합뿐 아니라 화학적 통합을 끝냈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일방적인 브랜드 변경"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경영진은 더는 이름에 연연해하지 않을 정도로 통합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건 2012년이지만 론스타와 계약을 체결한 시기(201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올해로 딱 10년이다. 강산이 한번 바뀌는 시간이 흘렀다.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브랜드명이 통일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하나' 브랜드로 사명을 일원화해 직원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키고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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