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정신없이 지내서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KEB하나은행의 본부 조직이나 영업 일선 직원의 공통된 소회다.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그리고 올해 6월 전산통합까지 숨가가쁘게 보냈다.
오는 9월1일 KEB하나은행은 출범 1년을 맞는다. KEB하나은행의 지난 1년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도 다크호스로 부상했던 함영주 행장이나 하나멤버스를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 대기업 대출 감소 등은 앞으로의 하나은행의 과제 또한 짚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함영주 행장의 재발견
은행 통합 전후로 1년 넘게 승진인사가 없어 불만이 고조될때 쯤, 함영주 행장은 지난 7월 1000여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최대 규모라는 점도 그렇지만 직원 개인의 실적보다는 고객에게 수익을 많이 가져다 준 직원, 영업현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현장 직원을 최우선적으로 승진시켰던 점에서 그동안의 인사와는 확연히 달랐다.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KEB하나은행 본부 한 직원은 "현장과 영업을 중요시하는 문화, 그리고 은행이 가야 할 길에 대해 확실하게 시그널을 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KEB하나은행 본부 한 직원은 "현장과 영업을 중요시하는 문화, 그리고 은행이 가야 할 길에 대해 확실하게 시그널을 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그야말로 다크호스였다. 행장 후보로 거론될 당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조차 "누군지 잘 알지 못해 코멘트하기가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다.
행장 선임 전까지 7년을 충청영업그룹에 몸담았다. 본부 경험이 부족한 탓에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전산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한 지붕 두 가족(인사통합이 안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무리없이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통합 이후 좋은 성적표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은행 순익은 799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하나·외환 단순합산)의 2313억원보다 3.5배 가까이 늘어났다.
물론 여전히 자산규모에 비해선 부족한 실적이지만 전산통합 효과가 본격화하면 실적 개선 속도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40여개의 점포통합으로 비용 감소 효과도 예상된다.
전임 행장의 잔여임기를 이어 받음에 따라 내년 3월 임기가 돌아오는데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으로 실적개선과 함께 인사제도 통합, 화학적 통합 역시 그에게 남은 숙제다. 하나은행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길이다.
◇ 다들 따라한다는 하나멤버스
하나멤버스는 한동안 금융권의 핫이슈였다. 회원 확보 과정에서 무리한 영업으로 말도 많았지만 은행 서비스에 '멤버십 포인트'를 접목한 혁신적인 서비스로 화제가 됐다.
◇ 무섭게 줄인 대기업 여신
KEB하나은행 출범 후 가장 큰 익스포저의 변화는 대기업 대출 감소다. 대기업 대출 비중이 큰 외환은행과의 통합으로 크게 늘어난 대기업 대출은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나 비용 측면에서 엄청난 부담이었고, 이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줄여나갔다.
◇ 다들 따라한다는 하나멤버스
하나멤버스는 한동안 금융권의 핫이슈였다. 회원 확보 과정에서 무리한 영업으로 말도 많았지만 은행 서비스에 '멤버십 포인트'를 접목한 혁신적인 서비스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하나멤버스 출시 이후 올해들어 신한금융지주가 신한판클럽, 우리은행이 위비멤버스를 내놨고, KB금융도 그룹 통합 멤버십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나은행은 경쟁은행보다 활성 고객수가 600만명대로 열악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하나멤버스다. 현재 하나멤버스 회원은 64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무려 32%에 해당하는 200만명은 기존에 은행과 거래가 없었던 신규 회원이다. 1년새 200만명의 새 고객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물론 멤버스 회원을 은행 거래고객으로 만드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다만 비대면 거래 확대로 영업점 방문 고객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이들 200만명에 대한 새로운 영업기회가 생기고, 이는 곧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 무섭게 줄인 대기업 여신
KEB하나은행 출범 후 가장 큰 익스포저의 변화는 대기업 대출 감소다. 대기업 대출 비중이 큰 외환은행과의 통합으로 크게 늘어난 대기업 대출은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나 비용 측면에서 엄청난 부담이었고, 이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줄여나갔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한해 동안 대기업 대출을 무려 5조4000억원(하나+외환) 줄였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5000억원, 우리은행은 2조원 늘렸고, 신한은행은 2300억원 줄인 점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감소세다.
KEB하나은행은 올해들어서도 6월까지 2조3760억원(11.9%)을 줄였다. 20조원대였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6월말 17조원으로 내려앉았다.
위험가중자산이 줄면서 은행의 자본적정성은 개선됐다. BIS비율은 16.76%로 지난해말보다 2.11%포인트, 보통주자본비율도 13.31%로 1.94%포인트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
대기업 대출 감소로 앞으로 대손비용도 줄어들 여지가 커지면서 경영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