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은행vs금감원...멤버십 경쟁 '동상이몽'

  • 2016.08.02(화) 13:35

1등 직원 2500개, 그래도 배고프다는 은행권
경고에도 여전한 과당경쟁...당국은 약발 고민중

# "멤버십,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한데 생각보다 성과가 나지 않아 고민입니다."(모 금융지주 회장)

# "과당경쟁이긴 한데요. 사실 금융당국에서 딱히 규제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얼마 전 금융권 전직 CEO 상가에서의 일인데요.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금융회사 한 CEO가 대형 카드사 사장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업계 상위의 카드 회원수를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멤버십 프로그램에 대한 이같은 고민을 짧게나마 털어놓기도 했고요.

하나금융의 하나멤버스를 비롯한 멤버십 경쟁이 여전히 금융권에서 뜨거운 이슈입니다. 팔을 걷어붙인 금융회사는 금융회사대로, 또 금융당국은 당국대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입니다. 고민의 방향은 전혀 다릅니다만 이들의 고민 사이에서 은행원만 앱팔이(?) 신세를 한탄하는 지경입니다.

▲ 왼쪽부터 하나멤버스, 신한판클럽, 위비멤버스

◇ 씨앗 뿌리기 경쟁 촉발


금융지주 회장이 앞서 언급한 성과라는 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멤버십 회원이 기대했던 만큼 늘지 않았다거나, 늘어도 신규고객으로 편입되는 비율이 예상만 못하다는 얘기로 풀이됩니다.

처음 멤버십을 출시한 하나금융이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워낙 다른 은행들보다 활동고객수가 적기 때문인데요. 활동고객수는 은행에서 씨앗과 같습니다. 씨앗이 있어야 열매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나은행은 그 씨앗 자체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이를 늘리기 위해 하나멤버스를 내놓은 겁니다. 다른 은행들도 잇따라 달려들 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은행 영업점 혹은 개인별로 할당이 무리하게 돌아가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거나 길거리 영업을 벌이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은행권 과당경쟁으로 확산되고 있기도 하고요.

◇ 1등 직원 무려 2500개 기록

최근 금감원 관계자로부터 다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나멤버스 성과를 많이 낸 직원 1등부터 10등까지 줄을 세워봤더니 1등이 무려 2500개의 앱을 깔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상위 10등까지 1000개 이상의 성과를 낸 직원이라고요.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숫자입니다. 하나금융 계열사 한 말단 직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업무 특성상 고객을 대면하는 직무도 아니고 아는 사람 총동원해도 150개 정도밖에 안 되더라고요. 우리끼리 하는 얘기이지만 알바(아르바이트)를 쓰든가 해야지 도저히 못 할 정도입니다."라고요. 이러니 고등학교에도 가고, 인근 PC방이나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은행이 위비멤버스 출시 이후 1인당 할당 100개씩 내려갔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는 애교(?)로 보일 정도입니다. 
우리은행의 위비멤버스, 신한금융의 신한판클럽, KB금융도 조만간 멤버십 프로그램을 내놓는다고 하니 금융회사간 앱깔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듯 합니다. 관련기사'멤버십' 과당경쟁 제동...눈치 보는 은행권

◇ 당국 수위 높이는 경고, 계획서까지 받았는데

하나금융에서 출발한 멤버스 경쟁이 다른 금융그룹으로 계속 확산하다 보니, 금감원도 수위를 높여 과당경쟁 자제를 경고하고 있지만 말발이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처음엔 금감원 실무자 선에서 자제를 요청했고, 이후 양현근 부원장보와 진웅섭 금감원장까지 나서 총 세 차례 과당경쟁을 경고했죠. 모두 지난달에 있었던 얘기입니다.

하나은행은 금감원에 계획서까지 제출을 했다고 합니다. 주말영업 등 무리한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말이죠. 본점 차원에선 길거리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도 영업점으로 내보냈고요.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일단은 약속도 받아놓은 상태이니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말합니다.  

◇ 말발 안먹히는 금융당국

하지만 할당은 그대로이니 통제가 제대로 될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길거리 모집 등이 규정이나 법 위반도 아니고 앱을 깐다고 당장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금감원 관계자도 "과당경쟁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규제할 근거는 없다"고 말합니다. 

은행들이 이를 모를 리 없을 테고요. 통상 텔레마케팅의 성공확률은 10명중 1명인데, 앱을 활용하면 10명중 2명꼴로 마케팅 성공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비용도 훨씬 덜 들고요. 아무리 불호령이 떨어져도 이러한 당근을 안 먹을 수 없겠죠. 게다가 우리가 놓치면 다른 은행들이 낚아챌 게 뻔한데 고삐를 늦출 수 없을 겁니다. 은행원들만 죽어납니다. 

은행원들의 과도한 실적 부담과 불안감은 자칫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2, 3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죠. 또 나도 모르게 동의하고 넘어간 금융정보 이용으로 당장엔 불필요한 마케팅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