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을 통해 농협금융지주의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반이 마련됐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회장(사진)이 26일 서울 중구 농협금융지주 신관에서 진행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올해 상반기 실적을 평가한 대목이다.
김 회장은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마련돼 향후에는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고 농협금융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하게 하는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장동력을 위해 디지털 경쟁력·글로벌 경쟁력·계열사 시너지를 강화하는 한편 농업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내놓는 등 농협 계열 금융지주로서 역할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제시했다.
◇ 상반기 최대실적..부실채권 충당금 급감·수수료이익 증가
농협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829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5127억원에 비해 61.8% 증가한 것으로 농협금융 출범 이후 가장 양호한 성장세를 보인 실적이다. 올해 상반기 목표 대비로도 3189억원 초과달성했다.
농협금융은 농협법에 따라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농업지원사업비를 납부한다. 이를 포함하면 순익은 9650억원 수준이다.
상반기 호실적은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보다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의 누적 신용손실충당금은 239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9.5% 줄었다.
여기에 이자이익이 늘었고 수수료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의 이자이익은 3조83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9.6% 증가했고, 수수료이익은 6117억원으로 14.1% 늘었다.
특히 지난 2분기만 따져보면 농협금융은 4394억원의 순익을 올려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순익 4000억원을 넘었다. 동시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김광수 회장은 "농협금융은 3000만명 고객을 기반으로 농협과 축협을 포함한 6000여개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국내 최대 수준의 인프라와 시너지 기회를 갖고 있는 것이어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 "이제 신성장동력 확충할때..디지털·글로벌·계열사 시너지"
김광수 회장은 농협금융의 현재 위치를 “지속가능한 경영 및 신성장동력을 확충할 때”라고 정의했다.
또 농협금융지주를 '4기 체제'로 정의했다.
출범 직후 사업구조재편과 지주체제 안정화 시기가 제1기 였고, 우리투자증권 계열사를 인수하며 외연확장을 꾀한 것이 2기, 3기는 빅배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한 시기였다는 것이 김 회장의 판단이다.
김 회장은 "4기쯤 와 있는 이제부터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질적성장에 초점을 두고 신성장 동력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올 상반기에 4가지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이 꼽은 4가지 성과는 ▲NH농협리츠운용 출범 ▲NH농협은행의 빅데이터 플랫폼인 NH빅스퀘어 구축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2호 인가 및 사업 개시 ▲농협금융과 연계한 글로벌 특화사업 추진 등이다.
올 하반기에는 경영체질 개선, 사업경쟁력 확보,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농협금융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경영체질 개선을 위한 계열사별 경영로드맵을 내놨다. 보험계열사의 경우 보장성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카드는 전업카드사 수준의 책임경영을 실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자산운용의 경우 수익률 개선을 통해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로 도약을 모색하고, 캐피탈과 저축은행은 자산구조 건전화를 통한 질적성장을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김 회장은 "이러한 경영체질 개선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사업영역을 분석해 30개 과제를 도출했다"며 "농협금융지주내 변화추진국을 신설하는 등 추진체계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과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가운데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디지털 경쟁력 확보는 조직의 생사가 걸려 있을 만큼 중요한 의제"라며 "글로벌사업은 농협만의 독창적인 전략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농협금융이 가지고 있는 범농협의 든든한 시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금융그룹 내부 채널과 고객을 토대로 계열사의 고유사업 역량을 결합한 그룹시너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농협금융지주 정체성 공고히"..농업ETF 추진·북한 농업금융 주목
김 회장은 수익기반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농협금융지주만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와 다르게 농협법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다. 농협금융의 아이덴티티는 바로 농업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농업지원 사업비 배당과 같은 간접지원과 함께 자금지원 등 직접지원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직접지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정책자금 대출 외에도 농업과 관련된 ETF(상장지수펀드)를 내놓는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가 농업은 성장산업이라고 말한 점과 우리나라에 농업과 관련된 ETF가 별로 없다는 점에 근거해 농업과 관련된 ETF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차 해소됨에 따라 북한의 농업금융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현재 북한은 국가에서 농민 1인당 1000평을 내주고 가족단위로 개발을 하되 가족이 60%를 가지고 가고 나머지 40%를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으로 바꾸는 등 농업 생산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당히 조심스러운 문제이지만, 북한의 개방문제 등이 해결되면 농협금융지주가 농업금융쪽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