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와 '공채문화' 뿌리가 깊은 은행권이 기존 이미지를 깨고 외부 전문인력 수혈에 나서고 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들이 디지털·IT 관련 외부 인력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과거 은행업계 특유의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외부 전문인력 영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데이터전략본부장에 윤진수 전 현대카드 상무를 영입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윤진수 전무는 국민은행 데이터전략본부장, 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임원(CDO), KB국민카드 데이터전략본부장을 겸직하게 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분야에 외부인력이 영입된 것은 처음"이라며 "기존 문화가 바뀐 것도 있고 금융환경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이어 "본부의 경우 디지털, IT 부문은 외부에서 영입하고 있고 부동산, 방송 등 분야도 외부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은 IT 기업과 금융을 경험한 전문가 영입을 통해 신기술 대응 및 데이터 분석 역량을 제고하고 데이터 자산을 체계화해 상품과 서비스 지원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IT·디지털 분야 등의 경력 직원을 채용했다. 올해는 일괄적으로 채용하지 않고 IT 부문 등을 수시 채용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적극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월 ICT기획단을 신설하고 단장에 외부 전문가인 노진호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디지털금융그룹장으로 황원철 전 하나금융투자 상무(CIO)를 데려왔다. 황 상무는 2008년부터 KB투자증권 CIO, 하나금융투자 CIO 등을 역임한 디지털·IT 부문 전문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향후 비은행 부문 강화와 디지털 혁신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내부적인 인력 충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외부인재 영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도 '업무특성에 따라 특별한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경우 외부에서 임원후보자를 선임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시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130여명의 디지털금융그룹 직원 가운데 약 25%가 외부 경력 직원이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내부직원을 키우는 동시에 부족하다면 과감히 외부 인력을 수혈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2017년 김철기 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AI 전문가인 장현기 박사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영입했었다.
BNK부산은행은 디지털 분야 경력직 전문가를 채용한다. BNK부산은행은 디지털 금융을 선도할 전문가를 확보해 고객중심 서비스와 인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모집부문은 ▲빅데이터 플랫폼 관리 ▲데이터 시각화 ▲챗봇 운영 ▲모바일 앱 기획 ▲자금세탁방지 전문가 등이다.
BNK부산은행 관계자는 "고유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모바일뱅킹, AI 등 디지털금융에 대응하려면 전문가를 영입하는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권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부문에 외부인재 영입을 통한 인적구성 변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