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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은행 디지털 부서의 '격세지감'

  • 2019.05.23(목) 15:15

'지원' 부서에서 '핵심' 부서로
신입채용때 필수 역량·외부영입 위해 순혈주의 허물어
"시스템 디지털화 하고 직원은 고부가가치 업무를"

'도쿄중앙은행 오사카서지점 융자과장'

2013년, 은행원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소설 '우리들 버블 입행조'와 '우리들 꽃의 버블조'라는 소설을 각색해 일본 TBS에서 방영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2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는 엘리트 은행원입니다. 그의 직책인 '융자과장'은 우리나라 은행에서는 기업금융 담당입니다.

은행에서 기업금융 담당은 주목받는 보직이었습니다. 기업금융은 개인금융에 비해 수십에서 수백배의 여수신이 발생하게 됩니다. 액수도 크고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 기업금융과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는 핵심부서 대접을 받았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지점장을 지낸 은행 고위 관계자는 "개인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래하던 기업 고객을 유지하고 얼만큼 새로 유치하느냐에 따라 지점 실적이 판가름 난다"며 "이에 지점장들, 특히 많은 기업체가 입주한 지역의 지점장들은 기업금융에 열중한다"고 전했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등이 '영업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은행장에 선임된 것도 이같은 상황이 반영됐다는 평가입니다.

요즈음에는 디지털이 핵심부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은행뿐 아니라 모든 금융사들이 디지털전환을 핵심 경영목표로 정하고 인력과 자금을 대거 투입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디지털 전문가 확보에 나서면서 그동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던 '순혈주의'도 깨지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윤진수 전 현대카드 상무를 데이터전략본부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윤진수 본부장은 삼성전자, 삼성SDS,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에서 빅데이터를 담당했습니다. 윤 본부장은 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임원, KB국민카드 데이터전략본부장도 겸직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노진호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ICT기획단 단장으로, 우리은행은 황원철 전 하나금융투자 상무를 디지털금융그룹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이미 2017년 김철기 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와 AI전문가 장현기 박사를 각각 빅데이터센터 본부장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시중은행 팀장급 관계자는 "예전에는 입사 동기들이 IT쪽을 지원하면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들이 부럽다"며 "디지털과 IT쪽이 예전에는 부수 업무였다면 지금은 메인 업무의 위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규 채용의 흐름 역시 디지털이 핵심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NH농협은행은 서류전형, 직무능력검사, 면접 등에서 디지털 역량을 검증했습니다. 다른 은행들도 디지털 역량을 검증하거나 디지털 직군을 별도로 채용하는 등 디지털 인재 모시기에 한창입니다.

IT·디지털 인재 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 은행 직원은 "은행 채용 과정에서 예전에는 경상계열 대학 졸업자들이 우대됐다면 이제는 이공계 졸업자들이 우대되고 있다"며 "채용 과정만 보더라도 은행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인공지능과 디지털로 인해 사라질 일자리 중 하나로 은행원을 꼽고 있습니다. 실제로 은행 점포들이 줄고 있고 비대면채널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부서가 비대면채널을 잘 구축할수록 은행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큰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디지털 기술 발전과 스마트폰 문명에 대응해 시스템은 디지털화하고 임직원들은 종합자산관리 컨설턴트 역량을 배양하는 등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허인 KB국민은행장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모든 업무를 디지털로 재해석해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확보된 여력을 고객상담과 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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