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을 내건 한화투자증권의 사업 행보에 가속이 붙었다. 지난해 금융투자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 회사를 세운데 이어 최근 인터넷은행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 핀테크 기술 혁신에 불을 지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때 대규모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손실 등 악몽을 씻어내고 그룹 내에서 금융 계열사간 지배구조를 정립해 경영 기반을 안정화하면서 신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50억 출자, 9.9% 지분 확보로 2대주주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어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출자 금액은 250억원을 한도로 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으면 한화투자증권은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지분율 60.8%)에 이어 2대 주주(9.9%) 지위에 오를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토스뱅크가 지향하는 스타트업 문화 및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챌린저 뱅크'가 사업 방향성과 꼭 들어맞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모바일 핀테크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토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참여 명분으로 들었다.
한화투자증권은 2년 전 권희백 대표이사 취임 이후 '금융업의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영역에서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자본금 100억원을 들여 데이터애널리틱스랩이란 100% 자회사를 설립했다.
데이터애널리틱스랩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한화투자증권이 신사업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0년 한화인베스트먼트(중소기업창업투자사) 설립 이후 무려 18년만이다.
자회사 설립을 기점으로 외부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도 활발해졌다. 간편결제 '페이코'를 운영하는 NHN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모바일 앱에서 간편하게 개설할 수 있게 했다. 젊은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개인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 운영사인 레이니스트와 함께 개인의 금융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아 금융 자산을 확인 및 관리 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금융위기 이후 적자지속, 내부 갈등 '상처'
한화투자증권은 2000년대 후반부터 대형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 1900억원 규모 자본 확충, 옛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았던 흑역사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빠진 영업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해 2011년에 순손실 적자전환 이후 수년간 적자를 이어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13년 9월 주진형 전(前)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고강도의 감원 등 경영 정상화에 나서 이듬해 88억원의 순이익 흑자로 돌아섰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주 전 사장은 이전 우리투자증권 재임 시절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다. 한화투자증권으로 넘어와 펀드제도 개편 및 보고서 투자의견 '매도' 확대를 주문해 업계 '이단아'로 지금도 종종 회자된다.
당시 주 사장의 거침없는 행보는 독단 경영이란 임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른바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계기로 지점장들을 중심으로 집단 항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여기에다 2015년에 발생한 대규모 ELS 운용 손실 여파로 2015년과 2016년에 대규모 순손실 적자를 내면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했다.
위기의 회사를 구하기 위해 그룹 내 대표적인 '금융통' 여승주 전 대표가 2016년 2월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다. 자본 확충을 위해 본사 건물 매각과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뼈를 깎는 고통을 함께 했다.
반전의 토대를 닦은 여 전 대표 후임으로 2017년 6월 지금의 권희백 대표가 취임하면서 안정적 성장 토대를 다져 나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권 대표 취임 첫해에 541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3년만에 '감격의 흑자전환'을 일궜다. 지난해엔 이보다 흑자 규모가 확대된 72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달에는 금융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 자본 수혈을 받기로 하면서 명실상부 자기자본 1조원대 대형사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한화투자증권은 유상증자를 계기로 무려 12년 만에 최대주주가 바뀌게 되는데, 그룹 내에서 한화생명보험→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온전한 금융 계열사간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디지털로 사업 방향키를 잡고 인터넷뱅킹으로 과감하게 영역을 확대키로 한 것은 모처럼 찾아온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최근 금융시장의 메가 트랜드가 디지털인 만큼 '모바일 혁명' 파도에 올라타 기술 혁신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로도 읽힌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세대 고객을 확실히 붙잡겠다는 큰 그림이다.
인터넷뱅킹 컨소시엄 참여와 관련해 이재만 한화투자증권 기획관리실장 상무는 "1천만 고객을 보유한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가 주도하는 토스뱅크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상품 개발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인터넷 전문은행과 연계해 다양한 혁신 사업 모델을 시행하는 등 신규 수익모델 확보도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