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어디로 튈지 가늠이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방향은 잡아야 한다. PB(Private Banking)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변동성이 커지는 금융시장, 어떤 투자를 해야 하나? [편집자]
김현정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패밀리오피스 PB팀장은 '적립식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차례 강조했다. '적립식 투자'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과 맞선 16년 차 PB의 '생존법' 같아 보였다.
"하루는 오르고 하루는 떨어지는 시장이 계속된다. 예측이 어렵다. 고객들은 시장의 위험이 있을때 적극적으로 알려달라 한다. 하지만 시장을 이길 수 없다. 하루하루 대응하는 것은 무리다. 이럴땐 적립식 투자가 최선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금리 인상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투자시 어떤 점을 대비해야 하나
▲ 금리 인상 요인은 여러가지다. 부동산을 잡고 싶어 하는 정부 입장에선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계대출 비중이 높으니 우려도 있다. 그래서 4분기 금리를 올릴 수 있다, 없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럴때 정기예금은 무조건 담아야한다. 우리은행도 특판으로 2%대 초반 금리 상품을 내놨다. 최근에 쿠폰(수익률)이 4~5%까지 올라간 ELS(주가연계증권)도 나왔는데 담으면 좋다. 포트폴리오를 더 다양하게 구성해야하는 시점이다.
- 수익률 4~5%대의 ELS는 어떤 상품인가
▲ 코스피 200, S&P500, 유로스톡스50 등 세가지 지수로 구성된 지수형 ELS다. 금융사별로 구조가 다른데 우리은행은 노낙인(No Knock In, 만기때 상환조건만 충족하면 상환돼 원금손실 가능성이 낮다)구조다. 지수가 일정범위 안에만 머물러있으면 평가 일에 상환이 된다. 만약 일정 범위를 벗어나도 평가일내 일정 수준으로 올라오면 된다.
- 금리 조정기에 포트폴리오를 더 다양하게 짜는 이유는
▲ 정기예금으로 다 담으면 목표 금리는 최대 2.2% 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이 하락세다. 위험이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 가격이 하락됐을 때 분산으로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 금리가 오르게 되면 달러와 채권 등이 영향을 받는다
▲ 그저께(지난 2일) 저희 센터에서 고객들이 달러와 엔화를 많이 샀다. 한 고객은 1억엔을 투자했는데 현재 환차익이 4500만원 났다. 최근 달러가 1120원을 돌파했는데 1111원 일때 투자한 고객이 많다. 글로벌머니가 미국으로 흡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했고, 오는 12월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도 3차례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올린다면 미국으로 자금이 흡수될 여지가 높다. 달러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그렇다고 달러를 2~3년 장기 투자하라는 것은 아니다. 목표 환차익이 발생하면 투자를 종료해야 한다.
- 해외투자도 늘고 투자처도 다양해지고 있다
▲ 지금은 미국만 달리고 있다. 올해 미국펀드 중에 가장 수익이 좋았던 펀드는 'AB미국그로스'다. 6개월 성과는 5% 이상이다. 남미 쪽은 많이 하락했지만 과매도 상황이라 매집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 시장에 피로가 누적됐다. 올 상반기 전문가들도 이렇게 장기화 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트에 따라 정세가 계속 바뀐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부분까지 접목해 시장을 봐야한다. 무역분쟁 해결 전까지는 혼란이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을 제외하고 모든 자산가치가 하락해있다. 지금 움츠려있기보다는 조금씩 매집해나가는 것도 좋다. 일희일비 할 필요없다. 주식처럼 단타로 들어가는 것보다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패밀리오피스는 기업의 가업승계부터 상속과 증여를 한곳에서 상담하는 전문 PB센터다. 중소기업 경영자의 투자방식은
▲ 창업자들은 굉장히 조심성이 많다. 투자형 상품은 선호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상품을 주문한다. 정기예금에서 1~2% 더한 상품은 용인하는데 고위험 상품은 볼륨을 많이 가져가지 않는다.
- 주로 어떤 상담이 오가나
▲ 최근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압구정과 명동 근처 고급 아파트를 매각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다. 부친의 사업을 승계할 방법에 대해 세무상담 요청도 해왔다. 기업을 승계하는 것은 전문 세무사 상담을 연결해준다. 과거엔 자회사에 실적을 집중해 모기업 볼륨을 줄이는 방식으로 승계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이 방식도 쉽지 않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공격적인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상품은
▲ 공격적 성향인 고객은 ETF(상장지수펀드)에 관심이 많다. 지수가 오르면 상승률만큼 수익을 보고 당일 매매도 가능하다. 손실은 무한대지만 대체로 지수가 움직이는 범위가 있다. 오늘(지난 4일) 같은 경우 4% 정도 하락했으니 4% 손실을 볼 수 있다. (지수 등락) 신호를 보고 들어가야 한다. 한국은 실적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수급이 받쳐줘야 한다. 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ETF도 적립식이 가능하다. 또 2년물과 30년물의 금리차를 활용하는 금리연계 상품도 공격적이다. 2년물이 30년물을 넘어서지 않고 일정 범위에 있으면 확정수익을 준다. 금리는 5% 중반이다. 만기는 1년이고 만기까지 조기 상환을 4번까지 할 수 있다. 만약 금리가 역전돼서 2년물이 30년물보다 0.01%가 높아지면 3.33% 손실이 난다.
- 올해 고객이 가장 만족했던 상품은
▲ 미국 나스닥 IT 상품으로만 들어간 ETF다. 3개월 수익률이 10% 정도 나왔다. 안전한 상품 중에선 사모펀드로 운영된 채권형펀드가 있다. 모집 규모는 100억~200억원 정도된다. 수익률은 1년 2.2% 정도로 정기예금보다 약간 높다.
-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고객들의 변화는 있나
▲ 특별한 변화는 없다. 저희가 이달 중순에 부동산 대책 관련 세미나를 여는데 참석률이 굉장히 높을 것 같다.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팽배하다. 아무리 신도시를 만들어도 상권이나 교육 인프라 등이 강남에 집중돼 있으니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 일반인이 종잣돈 만드는 투자법은
▲ 급여 통장을 2~3개로 분리해야 된다. 월급통장 하나만 운용하면 신용카드 사용액, 공과금, 핸드폰 요금 등 얼마가 들어왔고 나갔는지 명확하지 않다. 사회 초년생은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적금으로 들어야 한다. 종잣돈을 만든 다음에 ELS 상품 등으로 자금을 불려나가야 한다.
- 40대 직장인 투자방식은
▲ 빠르면 10년 이내에 은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연금자산을 준비한 분들은 많지 않다. 연금을 넣어도 직장인은 20만~30만원 정도다. 연금은 무리하라고 권유한다. 직장인이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IRP(개인형 퇴직연금)가 있다. 최대 700만원까지 넣으면 소득에 따라 최대 13.2~16.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도 받고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IRP는 정기예금·펀드 등으로 운용지시를 할 수 있다.
- 투자할 때 지키는 원칙은
▲ 손실 났을 때가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태도가 달라진다. 손실이 나도 연락을 계속하면 고객은 관리를 해주는구나 생각한다. 처음에는 고객이 언짢더라도 대안에 대해 경청해준다. 손실이 나도 꾸준히 연락드리는 방법밖에 없다.
- 손실 회복은 어떻게 하나
▲ 몇가지 종목만 가지고 있는 펀드 등은 성과가 안좋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장을 보면 기업의 이익이 늘면 주가도 자연히 올라간다. 사이클이 있다. 어느 정도 기다림의 시간과 추가 매수만 있다면 회복할 수 있다.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견뎌내면 원금 회복에 도움이 된다. 과거 국내 대표펀드였던 삼성그룹주도 수익률이 마이너스 20%까지 하락했다. 글로벌 기업의 가치를 믿고 추가 매수했다면 재작년같은 상승장에서 굉장한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손절매하면 아쉬움만 남게 된다.
- 방치되는 펀드도 있고 장기투자만 미덕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 시장을 예측해 펀드 갈아타도 100% 안전한 시장이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연금자산도 펀드로 운영하는데 위험해서 10%만 넣어보자 했던 펀드가 수익이 좋을 때가 상당히 많다. 과거 중국펀드가 마이너스 30% 넘게 났지만 지금까지 들고 있는 투자자는 수익구간으로 돌아섰다. 죽은 시장이 아니라면 보유하거나 추가 매수해야 한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도 구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