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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금융 베트남 도전기]인프라금융 주도?…하나은행의 큰그림

  • 2018.11.12(월) 09:24

[금융, 밖에서 답을 찾다]⑨
하나은행, 국영기업 금융거래-인프라금융 도전
"당장 성과안나도 가야..금융규제 완화 속도 맞추는 게 숙제"

어느 때보다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포화된 시장, 금리와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정체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워치는 금융회사들의 해외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지를 점검하기 위해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베트남 현지 취재를 다녀왔다. [편집자]

 

▲ 함진식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사진 = 안준형 기자]


[베트남 하노이=안준형 기자] "처음 왔을땐 인도를 걷기 힘들었다. 하수도 뚜껑이 없고 보도블록은 이가 빠진 듯 구멍이 나 있었다. 경남랜드마크(72층), 롯데센터하노이(65층)가 들어선 자리는 공터였고 한인들이 사는 미딩(My Dinh)지역은 미나리꽝이었다."

함진식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은 "지난 12년간의 변화가 머리에 쫙 그려진다"고 했다. 그는 2006~2009년, 2011년~2014년 베트남 주재원으로 근무했고 작년 12월 하노이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2009년 귀국해서도 본사 국외감사반에 근무하며 베트남을 오갔다. 그는 "12년전과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예전과 다른 도시가 된 하노이에서 그는 예전과 다른 계획을 짜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기업과 거래하는 안정적인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베트남 국영기업 금융거래와 민간협력사업(PPP) 인프라금융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함 법인장은 "베트남 국가신용등급(BB) 정도 리스크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영기업과 거래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이면 베트남 공적개발원조(ODA)가 줄거나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나은행이 인프라금융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가지 사업 모두 '안정적이면서 위험(리스크)을 핸들링 할 수 있는 현지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PPP 인프라금융을 위한 인력도 보강했다. 그간 한국기업과 금융거래만 담당했던 팀을 IB팀으로 바꾸고 한국 본점에서 외환파생상품 직원이 파견됐다. 15~30년까지 걸리는 PPP 인프라금융 특성상 환헤지(환변동 위험회피)가 필요해서다. 1년 미만 단기 환헤지만 허용되는 베트남 제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다른 은행들과 함께 찾고 있다.

 

▲ 작년말 발령받은 함 지점장은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베트남에 다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을 리모델링했고 3개월간 건물주를 설득해 건물 입구에 간판을 달았다. 직원들과 성과를 나눌 수 있는 이익공유제도 만들었다.[사진 = 안준형]


최근 하나은행은 현지은행과 주관사를 나눠서 하는 PPP 인프라금융 딜을 협상하는 등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급함은 버렸다.

그는 "PPP 인프라금융은 당장 성과를 낼 수 없어 지점장 입장에선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 있지만 은행입장에선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3~4년 뒤에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어려움이 있어도 가야될 방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함 지점장은 "본사에서도 크게 생각하고 크게 일하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을 비춰봤을때 베트남도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으니 크게 그림을 그려도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나은행이 현지화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베트남 산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함 지점장에 따르면 베트남 시가총액의 10%를 차지하는 빈 그룹은 기존 리조트와 부동산사업에서 벗어나 자동차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빈 그룹은 독일회사로부터 기계설비를 들여오면서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주관한 9억5000만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은행 공동 장기대출)을 받았다.

함 지점장은 "금융사가 기업을 따라 해외에 나오는 방식은 더이상 안된다"며 "현지기업에 대한 금융은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우리의 경험에 따라 어느 타이밍에 어떤 금융상품을 제공할지, 리스크는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지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 고민해야 할때가 도래했다"고 덧붙였다.

한계도 있다. 그는 "동일인 한도, 통화별 대출 규제, 리파이낸싱 제약 등 금융제약이 많다"며 "최근 빈 그룹의 자동차 계열사가 4억달러 신디케이트론을 싱가포르에서 했다. 베트남에선 동일인 한도에 걸려 대출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베트남 정부가 금융규제를 풀어주긴 어려운 상황이라 속도를 맞추는 게 숙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라증권이 2008년 베트남 경제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터지면서 한국기업들이 베트남 진출을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적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베트남은 풍부한 노동력, 젊은 인구, 내수시장, 관광자원, 활성화된 일차산업 등을 고려하면 필리핀처럼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업데이트]하나금융그룹 해외진출 현황-"2025년 이익 40% 해외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9월 기준 24개국에 174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 160개, 하나캐피탈 10개, 하나금융투자 2개, 하나카드 1개 등이다. 네트워크 수는 2014년 128개, 2015년 134개, 2016년 151개, 2017년 160개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하나은행의 중국법인 중국유한공사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동북3성 등을 주요 전략적 요충지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진출한 자산관리업을 통해 틈새시장을 발굴해 그룹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0년까지 20위에 오르기 위해 인수합병(M&A) 등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멕시코 현지법인을 신설하기 위해 현지 당국으로부터 예비인가를 받았고 인도 구르가온지점을 오픈하기 위해 현지 당국과 협의중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해 그룹간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25년까지 그룹 수익의 40%를 해외에서 올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신흥시장 문을 계속 두드리고 현지인을 대상으로한 영업을 확대하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무협약이나 M&A 등도 계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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