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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금융 베트남 도전기]수익 이외 할일 많다?...농협은행 특화전략

  • 2018.11.13(화) 09:59

[금융, 밖에서 답을 찾다]⑩
"수익도 중요하지만 농업 노하우 활용 다양한 사업 모색"
하노이지점, 14층→1층 이전 목표.."본격적 리테일"

어느 때보다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포화된 시장, 금리와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정체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워치는 금융회사들의 해외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지를 점검하기 위해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베트남 현지 취재를 다녀왔다. [편집자]

 

▲ 조승국 NH농협은행 하노이지점장[사진 = 안준형 기자]

 

[베트남 하노이=안준형 기자] 조승국 NH농협은행 하노이지점장의 중장기 목표는 '1층에 내려가는 것'이다.

 

현재 농협은행 하노이지점은 롯데센터하노이 14층에 있다. 건물 1층은 접근성은 좋지만 임대료 부담이 크다. 농협은행뿐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한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이 1층이 아닌 고층에서 지점을 운영하는 이유다. 1층 지점은 성공적인 현지화를 상징하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그는 "1층 영업점은 본격적으로 리테일영업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2016년말 하노이지점을 개점한 이후 초기 적응단계가 필요하고 업무도 기업금융쪽에 집중돼 있으니 굳이 고객 접근성이 좋을 필요가 없었지만 중장기적으로 건물 1층에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 기업과 거래부터 늘리고 있다. 2013년 하노이사무소로 베트남에 진출한 농협은행은 경쟁사보다 진출이 늦은만큼 현재는 영업기반을 다지는 단계다. 조 지점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미 국내은행들과 거래를 많이 하고 있다"며 "동(VND)화 대출이나 달러 대출중 한 거래라도 잡으려면 열심히 뛰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과 거래를 늘리기 위해 기업여신팀 인력도 보강했다. 국내에서 여신팀장을 파견 받았고 기존 기업여신팀을 2개팀으로 나눠 각 팀을 담당할 현지 매니저도 뽑았다. 조 지점장은 "기업 여신을 유치하면 근로자 급여나 카드 등 부대거래까지 늘어나는 파급효과가 생긴다"며 "하노이에서 기업 여신을 확대하자는 것이 본사의 주문"이라고 전했다.

농협은행은 이번달 베트남사무소를 하노이에서 호찌민으로 이전해 개소했다. 하노이지점에 이어 호찌민에서도 지점을 내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다낭에도 지점을 내고 법인전환까지 계획하고 있다. 조승국 지점장은 "올해말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내년부터는 수익을 낼 계획"이라며 "2~3년 이내에 호찌민에도 지점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농협은행의 해외진출 지역중 전략적 요충지다. 농협은행이 뉴욕에 이어 두번째로 낸 해외지점이 하노이일 정도로 관심이 크다. 올해 김용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등이 차례로 베트남을 찾았다.  

조 지점장은 "농협이 유럽에 가서 농업금융 노하우를 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농협의 사업을 확대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이 동남아다. 특히 그중에 베트남은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이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특수은행인 만큼 베트남에서도 수익성만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농협과 비슷한 성격의 베트남 금융회사인 아그리뱅크, 베트남협동조합연맹(VCA)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농업 발전방향도 찾고 있다.

지난 9일 찐 응옥 칸(Trinh Ngoc Khanh) 아그리뱅크 회장이 서울 농협금융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협동조합연맹 회장도 11월중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조승국 지점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중 농협은 후발주자여서 우리만의 특화전략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60년 이상 쌓은 농업 노하우를 접목해 베트남 농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캄보디아나 미얀마에서 농협이 진행중인 농기계 할부금융사업, 소액대출 등을 베트남에서 추진할 것을 생각중"이라며 "(여기서)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도 할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업데이트] NH농협금융 해외진출 현황-"2020년 해외 이익 1000억원"

NH농협금융그룹은 지난 10월 기준 10개국에 16개 점포를 운영중이다. 2012년 농협은행이 해외에 처음으로 뉴욕사무소를 개점한 이후 6년만의 성과다. 2014년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8개 해외점포가 한꺼번에 늘었다.

농협금융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를 잇는 '아시아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에선 농협캐피탈이 143억원을 투자해 합작사인 중국 공소합작리스 지분 29.83%를 확보했고 지난해 첫 배당도 받았다. 현재 소액대출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와 은행·보험 분야 합작사도 추진중이다.

캄보디아에선 농협은행이 소액대출회사(MFI)를 인수해 최근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를 출범했다. 현지 우체국을 활용한 연계사업을 추진중이다. 미얀마에선 재계1위 투(HTOO)그룹과 합작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농기계할부금융사업과 은행·보험 합작사업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베트남은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 사업을 찾고 있고 보험시장 등에서 합작사업도 추진중이다.

 

이를 통해 농협금융은 2020년까지 해외에서 1000억원의 이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그룹 전체 손익의 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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