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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금융 베트남 도전기]기다림을 앞당겨라?…국민은행의 첫발

  • 2018.11.14(수) 09:04

[금융, 밖에서 답을 찾다]⑪
국민은행, 내년초 하노이지점 개점…당국 3년간 설득
인고의 세월 "승인 기한 없으니 최선 다해 단축해보자"

어느 때보다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포화된 시장, 금리와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정체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워치는 금융회사들의 해외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지를 점검하기 위해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베트남 현지 취재를 다녀왔다. [편집자]

 

▲ 권태두 국민은행 하노이사무소장[사진 = 회사 제공]

 

지난 6월 베트남 정부는 KB국민은행의 하노이지점 개설신청에 대한 접수확인서(confirmation letter)를 발급했다. 국민은행이 제출한 서류가 빠짐없이 접수됐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으로, 현지 금융당국이 국민은행 하노이지점 개설을 사실상 허용했다는 의미다.

국민은행은 2011년 하노이 사무소를 개설한 뒤 2016년 3월 지점 개설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지 금융당국에서 서류 한장을 받는데 길게 보면 7년, 짧게는 2년 넘게 걸린 셈이다. 베트남 금융당국 문턱은 그만큼 높다. 2015년 하노이지점 개설 신청서를 낸 대구은행은 아직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권태두 국민은행 하노이사무소장은 이날 오전 현지 여성 금융당국자들에게 꽃을 선물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는 "지난 토요일이 베트남 여성의 날이었다. 여기선 여성의 날을 크게 생각한다. 주말에 챙기지 못해 오늘 아침에 가서 늦었지만 축하한다고 꽃다발을 전해주고 왔다"고 말했다.

현지 금융당국의 높은 문턱을 단박에 넘는 뾰족한 수는 없다. 그는 서툰 베트남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넉살 좋은 웃음으로 깐깐한 금융당국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권 소장은 "법에 허가 관련 기한이 정해져있지만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아무런 예고기일이나 통보도 없으니 막연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측 가능성만 있어도 버틸만 할텐데 현지 금융당국자는 된다, 안된다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역설적이지만 2015년 1월 베트남에 발령받은 그가 사무소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가속화', '기간단축'이라고 한다. 그는 "기한이 정해진 것이 없으니 최선을 다해 줄여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소장은 "기한이 지나도 승인 여부에 대해 답이 없어 어떻게 된거냐 물어보면, 베트남 금융당국자들은 Be patient(인내심을 가져라) please understand our situation(우리 사정도 이해해 달라)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이에 대해 강하게 요구할 수는 없고 조금만 서둘러 달라고 계속 얘기하고 다닐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소문에 휘둘려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현지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뒷돈을 주고 해결하라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그것으론 안된다. 사람을 잘 사귀어야 한다. 인간관계를 잘맺고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가야 한다. 인간관계가 3이라면 나머지 7은 운이다."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차례로 받고 내년초 하노이지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호찌민지점에 이어 두번째 베트남 지점이다. 하노이에서 국민은행이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그는 "한국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금융으로 영업기반을 다지고 그 다음에 현지화를 생각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현지기업과 거래를 늘리고 지점망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데이트] KB금융그룹 해외진출 현황-"베트남 등 기회 모색…과감한 M&A"

KB금융그룹은 지난 9월 기준 13개 국가에 48개 네트워크를 운영중이다. KB금융은 국내 1위 금융지주라는 규모에 비해 보수적으로 해외사업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연임을 확정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조금 더 과감하게 인수합병(M&A)을 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부터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올 4월 KB국민카드는 캄보디아 특수은행 TSB 지분 90%를 인수하고, 지난 9월 'KB 대한 특수은행'을 출범시켰다. 또 작년말 설립한 양곤 대표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국내에서 먼저 금융위원회 승인을 지난 7월 받았다.

KB증권은 작년 베트남에서 인수한 증권사 사명을 올해초 'KBSV(KB Securities Vietnam)' 변경하고 새 회사로 영업을 시작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9월 중국 현지법인 '상해 카이보 상무자문 유한공사'를 설립했고 국민은행은 지난 5월 런던 현지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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