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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신용카드·서비스가 사라지고 있다

  • 2019.03.21(목) 14:22

카드사, 수수료 인하에 마케팅비용 줄이기
알짜카드 단종에 우수고객 선정 문턱도 높여
포인트 전환·할인 등 제휴서비스 종료 줄이어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체계 개편이 소비자에 불똥이 튀고 있다.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카드사들이 고객이 즐겨 찾던 각종 제휴와 이벤트를 중단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4일 'FINETECH 카드 베이직형'의 단종을 결정했다. 통상 카드 단종은 최소 1주일의 여유를 두고 진행하지만 이 카드는 단종예고 이틀 뒤 발급이 중단됐다.

이 카드는 각종 청구할인과 해외구매 캐시백, 스타벅스 할인, 대중교통 할인 등 할인 영역이 다양하고 전월실적 기준도 낮은 편이라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던 카드였다.

KB국민카드는 이 카드 외에도 올해 들어 20여개 제휴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특히 이동통신사와 서비스를 제휴하던 카드 상당수가 사라졌다. 이동통신사와 제휴하는 신용카드는 카드사 입장에서 연회비 대비 마케팅 비용 지출이 적자인 경우가 많다.

카드 단종 외에도 각종 서비스 종료도 이어졌다. 우수고객 대상 단기카드대출 이용수수료 할인서비스와 Wise오토케어의 무료주차서비스, 맥스무비 할인서비스 등을 종료시켰다.

KB국민카드만이 아니다.

신한카드는 최근 우수고객 멤버십 프로그램인 '탑스클럽(Tops Club)'의 선정기준을 이용금액에서 점수제로 바꿔 소비자들의 원망을 듣고 있다.

신한카드 탑스클럽은 프리미어와 에이스, 베스트, 클래식으로 등급이 나뉘어 있다. 각 등급별로 연회비, 각종 수수료 무료, 포인트몰 이용, 골프·해외여행 할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선정 시준은 '이전 6개월 이용금액'이었지만 이제는 이용금액 뿐만 아니라 장기이용고객 우대와 생활요금 납부, 마케팅 전화 동의 등 사용금액과 별도로 우대거래 관련 점수를 쌓아야 탑스클럽 선정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25년 이상 신한카드를 이용한 최우수 고객이 각종 우대점수를 모두 챙기면 700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기초로 탑스클럽 최고 등급인 프리미어등급(5000점)에 선정되려면 최근 6개월 동안 최소 4300만원의 카드를 이용하거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으로 남은 점수를 쌓아야 한다. 기존 이용금액만이 기준이었던 상황에서는 다른 우대점수 필요없이 3000만원만 카드로 이용하면 프리미어 등급 선정이 가능했다.

현대카드도 M포인트의 네이버페이 이용을 막았으며, 하나카드도 전월실적 채우기 용으로 인기가 높았던 YES기프트카드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카드도 일명 '돼지카드'로 불렸던 삼성충전카드의 기프트·선불카드 충전 기능을 막았다.

카드사가 자사의 포인트와 충전카드로 다른 충전식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이를 이용해 전월실적을 채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은 대부분 전월실적 기준을 충족해야 제공된다. 선불카드와 같은 충전식 서비스 이용을 제한해 전월실적 달성을 어렵게 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줄인다는 얘기다.

이같은 카드사의 서비스 축소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줄어드는 카드사 서비스는 대부분 제휴업체를 통해 이벤트 성격으로 제공되던 것들인데 올해부터는 카드 출시 당시 기본적으로 탑재된 서비스도 축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2016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라 올해부터 금융감독원의 변경 승인을 받아 카드 출시당시 탑재된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부가서비스 축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중이다.

카드사들은 이런 서비스 축소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수년간 가맹점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었고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카드대출 상품에 대한 마케팅과 금리까지 손을 보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라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수익 감소폭을 줄이기 위해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현대·기아차와 카드사 수수료 협상이 사실상 카드사 패배로 마무리됐고 통신과 유통, 항공사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최근에는 쌍용차도 "현대·기아차 수준의 수수료율이 아니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의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이 실제로 가맹점들에 체감될만한 이득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고객입장에서는 줄어드는 혜택이 크게 와닿을 것이며 이에 대한 비난을 우리가 다 받게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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