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카드사의 핵심 실적인 신용판매 수익 비중이 회사 전체 실적의 절반 아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이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새로 적용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115호)가 적용되면서 회계적 착시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무제표상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회사채 등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카드의 신용판매수익은 1조3435억원으로 영업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13%를 기록했다.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3.75%)을 합쳐도 50%가 안된다. 2017년 신용판매수익 비중은 54.19%였다. 1년 만에 10.06%포인트 떨어졌다. 장·단기카드대출 수익과 리볼빙, 기타 수익 등의 합이 신용판매 수익보다 크다는 얘기다.
우리카드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지난해 신용판매수익은 5258억원이며 비중으로는 37.90% 수준이다. 전년에는 57.30%였다. KB국민카드와 마찬가지로 대출수익과 기타 수익 등의 합이 신용판매 수익을 넘어섰다.
그 밖에 삼성카드도 신용판매수익 비중이 56.20%에서 50.44%로 떨어졌고, 현대카드도 57.30%에서 50.70%로 줄었다. 두 회사가 가까스로 50%대를 유지했지만 신용판매수익 감소세는 막지 못했다.
카드사의 신용판매수익 비중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부터 적용된 'K-IFRS 제1115호' 때문이다. 이 규정은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을 정의한다.
기존에는 카드사가 고객(소비자·가맹점 등)과의 계약에 따라 들어오는 수수료는 그 금액 그대로 수익으로 처리하면 됐다. 계약에 따른 부가서비스나 포인트 등을 제공하게 되는 부분은 부채로 처리해 지출이 있을 때 상각하거나 비용으로 따로 처리했다.
하지만 이제는 수익을 계산할 때 고객에게 제공할 서비스 등을 미리 계산해 수익에 처음부터 반영해야 한다.
그 결과 지난해 사업보고서 상 각 카드사 신용판매수익에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부가서비스와 포인트 등이 미리 차감되면서 수익이 대폭 줄었다.
가맹점수수료를 별도로 공시한 카드사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하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 2017년 1조4842억원이었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에는 8905억원으로 떨어졌다. K-IFRS 제1115호를 적용하지 않았더라면 1조5482억원이었다.
현대카드도 1조3635억원이었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일년만에 8902억원으로 감소했다. K-IFRS 제1115호 반영 전에는 1조4057억원이었다. 롯데카드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2017년 7024억원에서 지난해 3561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다만 재무제표 상의 숫자가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큰 폭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실제로 카드사의 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게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제공하는 재화와 용역은 결과적으로는 모두 카드사의 실제 실적에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재무제표 상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회사채와 CP(기업어음)의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일부 카드사의 경우 카드판매에 따른 신용판매 수익 비중이 떨어지면서 카드사가 사실상 대출전문회사가 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대 수수료율 적용 가맹점 범위가 확대되고 대형가맹점과는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수수료 관련 수익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재무제표의 숫자가 크게 조정됐기 때문에 조달비용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의 각종 규제로 카드사가 카드로 돈을 벌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제 카드사끼리 신용판매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캐피탈 업계와 대출시장을 놓고 경쟁을 펼칠 날이 멀지 않은 듯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