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 얼마 전 코넥스 활성화 방안도 냈다. 그런데 크게 효력이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최종구 금융위원장 :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지난 20일 열린 '혁신금융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기자 사이에 오간 질의응답이다. 최근 최 위원장이 참석하는 기자간담회에선 이런 패턴의 대화가 잦다. 기자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하면 최 위원장은 비판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식이다.
근거를 대라는 요구에 이 기자는 "생각보다 코넥스가 인기가 없다"고 직설적으로 답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 "그래서 지난번에 했고, 그때 했던 내용이 (이번에) 일부 들어가 있다"며 "이제 시작이다. 실효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조금 더 지켜 봐 달라"고 한발 물러섰다.
지난 21일 코넥스 거래대금은 32억8000만원에 머물렀다. 하루에 30만8000주 밖에 거래되지 않는 작은 시장이다. 지난 1월 금융위가 보증금을 낮추는 등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하루 거래량이 코스닥의 1000분의 1에 밖에 되지 않는 코넥스 투자를 살리기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힘든 환경이다. 금융당국 수장이라면 '근거 없는 비판'으로 몰기 보다 '시간을 두고 비판해달라'고 말해야 했다.
지난 7일 열린 '2019년 금융위 업무보고' 브리핑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기자 : 신용카드 등 수수료 관련해 대기업과 카드사의 갈등이 있는데, 이게 결국은 '금융위가 촉발시킨 사안인데 뒷짐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 위원장 : '금융위가 촉발시킨 사안에 대해서 뒷짐 지고 있다'고 말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최 위원장은 전혀 동의하지 못하고 있지만 금융위 밖의 생각은 다르다.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라 수수료를 더 내야 하는 대형가맹점이 버티면서 협상력이 밀리는 카드사의 부담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애먼 소비자들도 불편하다.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는 금융위는 대형가맹점에 구두로 엄중경고만 날리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아무 일도 안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대형가맹점에 대해 하고 있는 일은 구두 경고 밖에 없다"며 "지난해 카드사가 금융위에 대형가맹점을 물리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는 정책이라고 건의했지만 금융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수수료 등 시장에 개입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2015년 교수시절 기고문을 통해 "국회가 카드 수수료 결정을 금융위에 맡긴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회사 수수료와 배당 등에 개입하려는 성향이 보이는데 이러한 간섭과 규제는 금융사 경쟁력을 약화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혼란을 '촉발'시켰다는 비판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특유의 뚝심과 과감한 업무 추진력으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가계부채를 5%대로 억제하는 데 금융위의 역할이 컸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도 금융위의 기준금리 산정 변경 정책을 '굉장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기자도 이 같은 평가에 동의한다. 그 근거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다만 최 위원장이 주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대의 비판도 수용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주변의 고언이 근거없는 비판으로 들릴 때부터 권력은 스스로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