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의 1분기 실적이 돋보인 이유는 2가지다.
우선 국민·우리·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한 가운데 두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두번째는 인건비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신한은행은 판관비를 가장 적게 썼고 농협은행은 판관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이익을 늘렸다는 얘기다.
비용은 기업의 실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통상 비용을 줄일수록 이익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은행은 인건비 등 비용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올 1분기 5대 시중은행의 판관비와 비용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영업이익경비율(CIR·Cost Income Ratio)을 비교해봤다.
◇ 하나은행 판관비 26.6%↑ 당기순익 24%↓
올 1분기 5대 시중은행 중 판관비를 가장 많이 쓴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 판관비는 97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6% 증가했다. 올 1분기에도 희망퇴직비용이 대거 반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회계제도 변화와 계절적 요인 탓도 컸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CFO)은 컨퍼런스콜에서 "작년말 희망퇴직비 인식 시점이 변경되면서 480억원이 이번 1분기에 비용으로 인식됐다"며 "여기에 매년 1분기에는 사내복지기금으로 출연하는 1010억원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판관비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 판관비는 85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6% 증가했다. 이승열 하나금융 부사장(CFO)은 컨퍼런스콜에서 "임금피크 대상이 급증하면서 조기퇴직 관련 비용이 1260억원 발생했고 연말에 일시적으로 인식했던 인건비를 월별 분할하면서 100억원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판관비 부담이 컸던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국민은행이 572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3%, 하나은행이 4799억원으로 24% 줄었다. 우리은행은 1분기 판관비가 9.9%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 감소했다.
판관비를 가장 적게 쓴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 판관비는 704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3% 증가했다. 류승헌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디지털 기반 확대를 통해 전략적으로 비용절감을 지속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수준에서 판관비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판관비는 743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 중에 농협은행 판관비 증가율이 가장 낮은 것이다.
판관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한 두 은행의 이익은 증가했다. 신한은행 당기순이익은 618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 증가했다. 비용을 가장 적게 쓰고 최대 성과를 낸 셈이다. 농협은행 당기순이익은 3662억원(농업지원사업비 제외 4206억원) 으로 15.3% 늘었다.
◇ 경영효율성 높은 신한은행, CIR 역대 최저 수준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CIR은 신한은행(42.9%), 우리은행(47.2%), 국민은행(53.9%), 하나은행(55%) 였다. CIR은 은행의 매출 격인 총영업이익(이자수익+비이자수익)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CIR이 낮을수록 경영효율성은 높아진다.
경영효율성이 가장 높은 신한은행은 CIR이 2016년 52.2%, 2017년 53.9%, 2018년 47.3% 등으로 하향추세다. 신한금융그룹 전체 경영효율성도 뛰어나다. 류승헌 부사장은 "영업이익 증가와 디지털 영업기반 확대, 채널 효율성 제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으로 CIR은 역대 최저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의 CIR는 업계 1위를 다투는 신한은행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긴 하지만 점차 개선되는 분위기다. 2016년 국민은행의 CIR은 74.7%에 달했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은 "은행은 중장기적인 비용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매년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어 당장은 비용절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불과 5년전 만해도 그룹의 경상적 CIR이 60% 수준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비용효율성은 꾸준히 제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4대 은행 중 가장 경영효율성이 떨어졌다. 올 1분기 CIR은 55%로 2017년 49.1%, 2018년 50.2% 보다 대폭 늘어났다. 이승열 하나금융 부사장은 "그룹 CIR은 54% 기록했으나 은행 임금피크 조기퇴직비용을 제외하면 47.7% 수준"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