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KDB산업은행에 오는 8월28일까지 사모투자펀드를 운영하는 PE실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4월 금융위원회가 진행한 특정감사 결과 산은 PE실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산은 PE실은 분식회계가 의심되는 화승에 대해 충분한 검증없이 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은은 2015년12월 사모투자펀드(PEF)의 공동업무집행사원으로 200억원을 화승에 출자했다. 화승은 르까프, 케이스위스, 머렐 등 브랜드를 운영하며 2014년 매출은 5619억원, 영업이익은 155억원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탄탄한 수익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감사 결과 화승은 2015년말까지 소매기준이 아닌 도매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해 순자산을 과다 계상했다. 화승이 운영하는 위탁 대리점의 경우 본사가 대리점 재고 부담을 지는 대신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것을 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해야한다. 하지만 화승은 대리점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으로 수익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부풀렸다.
금융위는 "산은이 화승 투자의사 결정과정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 대해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았고, 투자 후에도 회계처리 오류에 대해 적극적으로 원인을 규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단순 회계처리 오류를 넘어 분식회계를 의심하고 있다. 감리도 요청한 상태다. [단독]산업은행 200억 투자한 '화승', 분식회계 의혹
이번 감사에선 산은 PE부문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잦은 부서이동 탓이다.
산은은 2005년 처음으로 PEF를 설립했고 현재는 PF본부 아래 3개의 PF실을 두고 있다. 국내 은행 중 최대 규모다. 감사 결과를 보면 2014년부터 2019년 3월27일까지 PE실 근무인력 92명 중 5년 이상 근무자는 6명에 불과했다. 3년 이상 근무자도 24명에 머물렀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PE실의 근무기간이 짧은 이유는 순환근무에 있다. 산은은 통상 3년마다 한번씩 부서를 이동한다. 이 탓에 '일을 할만하면 떠난다'는 말이 나올정도다.
여기에 PE실이 행내 최고 인기부서다보니 지원자도 많다. 여러 직원들에게 근무 기회를 주기 위해 근무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 못한다. 산은 PE실 경력을 바탕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많다.
감사 결과 산은이 현재 운용 중인 15개 펀드 중 핵심운용인력이 변경된 PEF의 평균 교체 주기는 19.83개월이었다. 금융위는 "핵심운용인력의 과반수가 이탈된 펀드도 존재하는 등 운용인력 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PE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다른 금융기관의 경우 자금 모집부터 펀드 해산까지 한 팀이 한 펀드를 지속적으로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 PE부문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인력운용"이라며 "PEF는 단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펀드를 운영할 인력이 필요한데 산은 PE실 근무기간은 2년이 채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PE실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인력운영 내부규정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은 내부에서도 "PE 인력 경력이 짧다"는 금융위에 지적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순환근무 원칙을 쉽게 깰 수 도 없는 상황이다. 돈을 만지는 은행 업무 특성상 순환근무는 인사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산은내 PF(프로젝트파이낸싱)본부의 경우 다른 부서보다 근무기간을 길게 운영하며 PF인력의 전문성을 키워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PE실의 근무기간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산은 관계자는 "금융위 지적에 대해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면서 "PE실에도 시스템이 있는 만큼 사람이 바뀌어도 업무의 영속성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