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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에 연봉 40% 투자…손태승 회장의 주가 마지노선

  • 2019.08.02(금) 14:40

[인사이드 스토리]우리금융 회장, 올해 3.5억 매입..작년 연봉 40%
긍정적인 경영 재료 발표 후 매입..시장에 메시지
공적자금 100% 회수 마지노선 주가 '1만3800원'

"회장(최고경영자)은 당기순이익하고 주가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최근 한 금융지주 관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매분기마다 기업을 실적 기준으로 줄 세우는 분위기다 보니, 당연히 순이익 아닐까하고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당연히 주가죠. 주가엔 회사의 모든 가치가 반영되니까요."

주가는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변덕이 심하죠. 예측은 신의 영역입니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큰 주가에 최고경영자가 민감한 이유는 뭘까요.

주가에는 시시각각 회사의 가치가 반영됩니다. 회사가 실적을 발표하면 시장은 그 숫자를 분석합니다. 실적이 올라도 주가는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실적을 냈더라도 최종 평가는 시장이, 그 결과는 주가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주가는 비정합니다. 최근 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별세 소식에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죠. 누군가의 죽음도 회사에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셈을 하는 것이 주가입니다. 주가가 그만큼 객관적인 지표라는 얘기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손태승 회장, 자사주에 연봉 40% 투자

올들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꾸준히 사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죠. 올들어 손 회장이 5차례에 걸쳐 사들인 주식만 2만5000주. 총 3억5000만원이 넘죠. 손 회장은 작년 연봉(8억4400만원) 중에 40%가 넘는 돈을 주식매입에 쓴 셈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자사주 매입은 시세차익을 노린 것만은 아닙니다. 시장에 '우리 회사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알리는 경영방법 중 하나입니다.

올들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지완 BNK금융, 김태오 DGB금융 회장 등도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규모는 손 회장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손 회장의 손이 큰 만큼 주가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겠죠.

보유량으로 보더라도 손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요 금융그룹 회장의 자사주 보유 현황을 보면 손 회장(4만296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3만5500주), 김지완 BNK금융 회장(3만5000), 윤종규 KB금융 회장(2만1000주), 김기홍 JB금융 회장(2만500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1만2000주), 김태오 DGB금융 회장(1만주) 등입니다.

지난 1일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신한지주(21조70억원), KB금융(18조1879억원), 하나금융(10조5085억원), 우리금융(8조9442조) 등 순입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순서도 정확히 이 순서대로 입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에서 실적과 주가 두가지 측면에서 모두 아쉬운 상황인 셈입니다. 우리금융이 올해초 금융지주로 전환한 만큼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기가 정해진 최고경영자 입장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겠죠.

◇ 좋은 '재료' 발표되면 자사주 매입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 방식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입니다.

우선 자사주 매입 '규모'입니다. 손 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총 8번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매번 5000주씩을 장내매수했습니다.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져도 1회 매입량은 변하지 않았죠.

또다른 패턴은 자사주를 사는 '시점'입니다. 손 회장은 아무 때나 자사주를 사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올해 5번의 자사주 매입 패턴을 보면 주가에 영향을 줄만한 '이벤트'가 발생하고 난 뒤에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손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시점은 우리금융지주 재상장(2월13일), 우리은행의 우리금융 보유 주식 블록세일(3월22일), 1분기 실적 발표(4월25일), 해외 IR(5월19일), 국제자산신탁 인수 계약(7월25일) 등 굵직한 이벤트가 발표된 직후입니다.

금융지주 전환, 인수합병(M&A), 시장의 기대치를 넘는 실적 등은 주가를 띄울 수 있는 좋은 '재료'입니다.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 패턴을 '좋은 재료가 있으니 저부터 주식을 사겠습니다'라고 읽을 수 있는 셈이죠.

최고경영자가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고경영자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우리 회사 주가가 저평가됐어요'라는 신호를 보낼 뿐입니다. 이 신호에 주식을 살지 팔지는 시장의 몫입니다.

◇ 주가 마지노선 1만3800원을 지켜라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을 두고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보다 더 책임경영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도, 다른 금융지주보다 더 주가에 민감하다고도 볼 수도 있습니다.

정말 손 회장이 더 주가에 민감할까요? 그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주주 구성을 보면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는 과점주주 형태입니다. IMM 5.96%, 동양생명·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3.98%, 한화생명 3.8%, 미래에셋 3.66%, 유진 0.52% 등 주주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반면 하나금융, KB금융, DGB금융 등은 외국계, 기관, 소액주주 등 주주가 분산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주인 없는 회사인 셈이죠.

과점 주주라는 '주인'이 존재하는 우리금융이 다른 주인 없는 회사보다 더 주가에 민감할 수 있는 셈이죠. 주가가 오르면 주인이 가진 주식의 가치도 오르니까요.

여기에 정부도 우리금융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18.3%가 정부지분입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까지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공적자금 회수입니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때부터 우리금융 관련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공적자금 중 11조1000억원(87.3%)은 이미 회수됐습니다.

2022년까지 공적자금 100%를 회수하기 위해선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선 안됩니다. 지난 6월 이세훈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국장은 "우리금융 주가가 1만3800원 수준이면 공적자금을 100% 회수 할 수 있다"고 추산했었죠.

주가가 오르면 소액주주, 과점주주, 정부 등 모든 주주가 웃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손 회장이 주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비정한 주가가 이런 최고경영자의 바람에 맞춰 움직여주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금융 주가는 지난 2월 재상장한 이후 줄곧 내리막입니다. 재상장 다음날인 2월14일 1만6000원(종가기준)까지 오른 주가는 현재 1만2800원대에 거래되고 있죠. 재상장 이후 최저점이죠.

앞으로 손 회장이 자사주를 더 살지,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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