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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퇴직연금 키우겠다"에 은행 기대감 UP

  • 2019.11.15(금) 17:43

정부,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추진…성장폭 더 커질 듯
은행, 조직정비·수수료 인하 등 본격적인 경쟁 채비
"저조한 수익률이 약점이자 향후 경쟁의 핵심"

정부가 국민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 키우기에 나섰다.

금융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 매년 20조원 가량 큰 성장폭을 보이던 퇴직연금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적립금 중 절반 가량을 유치하고 있는 은행들이 고객확보를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퇴직연금 매년 20조 이상 증가 210조 수준

지난 13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범부처 인구정책 TF'는 국민의 노후대비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연금 활성화와 퇴직‧개인연금 기능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국민들의 노후준비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연금의 소득대체율(은퇴 전 소득 대비 은퇴 후 연금소득의 비율)은 39.3%로 OECD의 권고수준인 70~80%에 절반 가량인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국민 보유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집중돼 노후 현금흐름 창출이 어렵고 국민연금을 보완해야 할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국민의 노후자산 형성을 위해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퇴직연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의무화 하기로 결정했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를 금융회사에 위탁해 운용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일시금이나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준 법정제도를 말한다.

이후 퇴직연금은 연금 개시일 만 55세가 지난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일시금 형식(퇴직금)으로 받거나 연금 방식으로 매달 수령할 수 있다.

다만 퇴직연금은 300인 이상 근로자가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지만 근로자 수가 300명 미만인 회사의 경우 노사 합의에 따라 가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현재 전체 퇴직연금 가입대상 근로자 중 퇴직연금 가입자 비중은 50.2% 수준이다.

금융업계에서는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 하겠다고 밝힌 만큼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금융회사에 적립된 금액은 190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210조원 이상 적립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매년 20조원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50%만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 되면 성장세가 가팔라 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그간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는데, 법적으로 모든 기업의 가입이 의무화 되면 시장의 성장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다만 이같은 방안은 해당 법안이 통과돼야 하고 일률적으로 도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의 성장폭이 크게 증가하는 시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재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 하는 법안(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발의돼 있으나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퇴직금을 폐지하고 퇴직연금을 도입하도록 할 것"이라며 "발의된 법안이 신속하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시장규모 크고 가입기간 길어 은행에 '딱 좋아'

정부가 이러한 방침을 밝히기 이전부터 주요 시중은행은 퇴직연금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을 꾸준히 펼쳐왔다.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가 크고 매년 큰 성장세를 보였기 떄문이다.

특히 올해는 금융지주 차원에서 그룹의 퇴직연금 조직을 재편했다.

신한금융지주 '퇴직연금 사업부문' 설립, KB금융지주 '연금본부‧연금기획부' 신설, KEB하나은행 '연금손님자산관리센터' 신설, 우리은행 '자산관리센터'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수수료 인하책도 펼치며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6월 확정기여형퇴직연금(DC)형의 수수료를 0.02% 일괄 인하, 개인형퇴직연금(IRP)수수료를 최대 95% 인하해주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7월부터 퇴직연금 운용수수료를 최대 70%, 우리은행은 10월부터 사회적기업의 수수료를 50%, 개인가입자의 수수료를 50% 인하해주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사회적기업의 수수료 50% 인하, 개인형 고객 운용수수료 최대 20% 인하 등의 방안을 내놨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연금으로 수령하거나 운용 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이처럼 은행들이 퇴직연금에 주목하는 것은 시장의 규모가 크고 운용기간이 길어서다. 운용기간이 긴 만큼 장기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신한, KB,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개 은행에 적립된 퇴직연금 규모는 75조8400억원 규모다. 전체시장의 약 4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근로자가 근무하는 동안 적립한 퇴직연금은 근로자 근속기간뿐 아니라 퇴직 이후에도 연금으로 운용하게 되면 그만큼 고객과의 거래 기간이 길어진다"며 "은행으로서는 꾸준한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 은행 "수익률로 승부"

은행들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것이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고 동시에 향후 경쟁에서 성패를 가를 척도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1.50% 수준이다. 15일 기준 은행 평균 정기예금금리 1.46%과 비슷한 수준이다.

퇴직연금의 경우 예금과 달리 원금이 보호되지 않는 금융투자상품도 퇴직연금 상품 포트폴리오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은행 퇴직연금 부서 관계자는 "그동안 퇴직금 수령 고객 중 연금방식보다 일시금 방식으로 수령받는 비중이 높았던 것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했고 고객의 안전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가 퇴직급여를 연금형태로 수령한 경우는 1.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일시금으로 지급받는 사실상 '퇴직금'을 받은 셈이다. 연금으로 받더라도 90% 이상이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한 것도 저조한 수익률이 영향을 미친 것이고 이는 또 다시 수익률이 낮은 이유가 됐다.

퇴직연금 가입대상자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받는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고객을 잃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한 것은 그만큼 수익률을 끌어올려 고객이 연금 방식으로 퇴직급여를 수령하도록 유도하고 은행은 이를 운용해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중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금융회사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일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중을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DB형의 경우 금융회사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권한을 위임받아 운용하는 일임형 제도를 도입하고 DC형의 경우 가입자가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 사용자가 사전에 지정한 적격상품(디폴트옵션)에 자동 가입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또 DB형과 DC형에 가입한 회사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아 ‘수탁법인’을 설립토록 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만 50세 이상 장년층의 경우 IRP의 세액공제 한도를 연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해 가입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 역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관련 법안을 정비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향후 퇴직연금 수익률이 종전보다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경우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늘면서 은행의 주요 비이자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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